Page 120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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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님은 다른 생명을 대할 때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고 하셨다. 그렇
          게 해야 당장 내 마음이 평화로워지며 그 대상도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렇지 못하고 다른 생명을 미워하고 해코지 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으

          면 상대가 고초를 겪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마음 때문에 가해자도 번뇌로

          신음하게 된다. 해심소는 기본적으로 남을 해치는 것이므로 분노에 해당
          하는 ‘진瞋’ 심소의 일부분이다. 『성유식론』에는 해심소에 대해 다음과 같
          이 설명하고 있다.




              “무엇을 ‘해害심소’라고 하는가? 모든 유정의 아픔에 대해 함께 슬
              퍼하고 연민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고[心無悲愍] 손해를 입히고 해코
              지 하는 것을 본성으로 한다[損惱為性].”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보통 ‘해害’라고 하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중
          심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의 고통이 훨씬 크고 그
          상처가 깊고 오래가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연

          민의 마음과 자비심을 갖지 못하고, 남을 핍박하고 괴롭히려는 마음을 갖

          고 있으면 그런 마음 때문에 그 당사자 역시 번뇌에 시달리게 된다.
           반면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자비심
          을 가진 사람의 내면에는 늘 평화가 흘러넘치기 마련이다. 설사 다른 사람

          이 잘못을 범해도 너그럽게 이해할 줄 아는 넓은 아량이 있고, 잘못을 용

          서하는 마음 씀씀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마음은 늘 고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의 잘못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드시 그것에 상응하는 대가
          를 치르게 하겠다거나, 작은 허물을 꼬투리 삼아 상대를 괴롭히겠다고 마

          음먹으면 그 사람의 마음에는 분노의 에너지로 넘치게 된다. 분노의 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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