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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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주차장은 그전에는 채소
를 키우는 채전菜田이었고, 봄이면
겹벚꽃 나무 아래에서 풀들과 야
생의 꽃들이 피었다. 먹거리가 풍
족하지 않을 시절에 대부분 채소
등은 이 밭에서 기르는 것으로 자
급자족하였다. 옛날 개심사에 머
물던 시절 해가 질 무렵이면 이 채
전을 지나 연못을 가로질러 놓인
외나무다리를 건너 경내를 한 바
퀴씩 돌며 사색의 시간을 가지기도
사진 11-1. 개심사 사직사자도 1. 했지만, 이제는 그런 맛이 없다. 주
차장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도
예전에는 흙이 흘러내려 드러난 돌들이 발바닥을 찌르곤 하던 자연스런 산
사의 길이었는데, 이제는 이 길도 넓게 다듬어 평평한 포도鋪道가 되었다.
하기야 절이 산 중턱에 있으니 화재라도 나면 소방차가 쉽게 진입할 수 있어
야 한다. 요즘도 사탄의 건물이라면서 사찰 건물들에 불을 질러대는 미치
광이들이 있기 때문에 산속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포기하고 이런 맨질맨질
한 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사진 4).
경사진 길을 걸어 올라가면 안양루安養樓(사진 5)에 걸린 「상왕산개심사」라
는 커다란 현판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압도적이면서 장중하고 시
원한 맛이 느껴진다.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 선생이 예서隸書체의 글자를 전
서篆書를 쓰듯이 썼다. 획은 진秦나라 승상 이사(李斯, 284-208 BCE)가 쓴 ‘역
산비嶧山碑’의 소전小篆체 옥저전玉箸篆을 쓸 때와 같이 균일함을 유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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