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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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정토종 총본산 지은원.
은 또한 학문적 헤게모니를 선취하는 길이기도 하다. 불교인들은 언어 너
머를 추구하지만, 사구死句의 언어야말로 또한 언젠가는 주인을 만나 활
구活句의 언어로 전환될 것을 믿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근대의 불교사를 보면 불교인들이 참으로 치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가는 전제왕권에서 전체주의, 군국주의, 파시즘 체제로 돌변해
가는데 불교인들은 마치 세상의 끝에 온 것처럼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된
다는 사명감에 불타고 있다. 밖의 불과 안의 불이 차원이 다르지만 어쩌면
밖의 불을 끄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었는지 모른다. 근대 일본불교는 국가
불교로 전락하여 지옥의 불을 끄지는 못했다. 오직 장인정신만큼은 투철
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역사가 흘러 그들의 유산으로 우
리가 불교의 더 깊은 진실에 도달하게 될 때, 그 의문은 풀릴 수 있을까.
모치즈키 신코가 돌아온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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