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2 - 고경 - 2021년 7월호 Vol.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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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진심본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징은 이러한 입
                          장에 서면 인간과 세계를 모두 참모습으로 보게 되고
                          현실 세계에 대한 무한한 긍정을 초래하게 되므로, 오

                          히려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고 보았다. 그는 진심

                          본각설을 주장하는 『기신론』이 위역魏譯 『능가경』을 표
                          준으로 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산스크리트어 『능가
                          경』과의 대조를 통해 위역 『능가경』에 결정적인 오역이

                          있음을 확인하였고, 그 오역에 기반을 두고 『기신론』 등

        사진 4. 『서장불학원론』.   중국 찬술문헌이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여징은 이러한
         臺北: 大千出版社, 2003.
                          입장에서 “진여와 여래장을 하나로 보고”, “진여와 정
          지正智를 구분하지 않은” 『기신론』의 오류들을 지적하였다. 이는 스승인 구

          양경무와 동료 왕은양과 동일한 입장에 선 주장이었다. 여징은 특히 중국

          불교의 주요한 전통이 불전 번역 과정에서 발생한 오역에서 기인했음을 지
          적하였던 것이다.
           여징은 『인왕경』, 『범망경』, 『원각경』, 『점찰경』, 『능엄경』, 『기신론』 등 중

          국불교는 물론 동아시아불교의 가장 중요한 불전들이 모두 위경僞經이며

          진심본각설에 근거를 둔 사상임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불설이 아니라 위
          경이므로 진정한 불교 정신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위경들
          은 “문장과 어휘는 정교하지만 뜻은 모호하여,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좋

          아하는 중국 사람의 성향과 잘 맞아 크게 유행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여

          징의 논의는 진심본각설에 근거를 둔 중국불교를 비판하고 유식학에 바탕
          을 둔 초기불교의 순수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었다. 유식학에
          근거할 때 오히려 불교의 본래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고 진정한 근대의 변

          혁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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