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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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닌 가치중립 속성에 수반된 후유증이다.

               가치중립적 객관성을 방법론적 원칙으로 삼아 불교를 탐구할 때는, 필연적으

             로 ‘과거에 대한 이해’가 대상이 된다. 붓다 법설에 대해 이미 성립한 교학에 대
             한 가치중립적 이해가 ‘학문 불교학’의 본령이 되고 만다. 그 결과는 ‘불교의 박

             물화’이다. 모든 교학은 관람을 위해 전시된 유물이 되고, 학인들은 그 유물의 형

             성과 양식, 특징을 연구하여 관람객들에게 설명하는 박물관 학예사가 된다. 관람
             객들은 유물의 정교한 조각기술에 감탄하기도 하고 자랑스러워하기도 하지만,

             보존과 관람의 대상인 유물은 현재의 생활 기물器物이 되지는 못한다. 유물에 대
             해 현재의 사용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학문 불교학’이 추구하는 가

             치중립적 이해는 흡사 박물관의 유물 연구를 닮아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행 ‘학
             문 불교학’은 일종의 ‘박물관 불교학’이다. ‘박물관 불교학’은 과거를 잘 이해하

             고 설명하는 것으로 만족할 뿐, 현재의 사용가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는다.
             유물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생각은 더더욱 안 한다. 게다가 유물에 대한 이해

             와 설명이 전통교학의 언어와 이론 범주에 갇히는 경우, 불교학은 학문이라는 명
             찰을 단 ‘폐쇄적 언어공동체’로 전락하고 만다. 현재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담아

             내는 개방된 언어가 되기 어렵다. 사용가치를 탐구하지 않고 이해하려고만 하는
             태도는 얼마든지 현재적 관심과 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현재적 관심은 ‘사용가치를 탐구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지금

             여기에서의 사용가치’를 확보하려고 할 때라야 과거 문헌과 교학에 대한 탐구는
             현재와 접속한다. 그리고 현재의 사용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이해’에 그치지 않

             고 ‘평가’에 나서야만 한다. 가치중립적 태도를 적극적으로 선호하는 ‘학문 불교
             학’에서의 평가는, 과거를 꾸미는 찬미의 장식일 수는 있어도 현재와 미래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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