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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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마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며 부처도 아닌 이것이 무엇인고?> 하는
화두를 늘 들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중도 이야기만 듣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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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개가 신주를 물어가 버립니다.”
중도에 대해 최고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근본불교와 대승교학 및 선종
까지의 모든 불교를 관통하는 핵심을 차조동시遮照同時‧쌍민쌍존雙泯雙存‧진공
묘유眞空妙有의 중도로 읽어내는 성철의 안목과 기획은, 중도 체득의 방법론으로
선종의 간화선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간화선에 대한 성철의 안목
과 이해는 선문禪門의 전통적 언어와 방식으로 개진되어 있다. 따라서 학인들이
성철의 선관禪觀을 탐구하려면 전통 언어와 방식으로 드러내는 그의 안목과 이해
를 읽어내기 위한 나름의 독법을 마련해야 한다. 전통 교학적‧선학적 독법이든
철학적 독법이든 혹은 비교철학적 독법이든, 성철의 언어에 대한 나름의 이해와
평가를 담아낼 수 있는 독법이 필요하다.
현재 학계에서 가장 널리 채택되는 것은 전통 교학적‧선학적 독법이다. 이런
독법은 교학이나 선문의 전통적 용어와 이론방식을 거의 그대로 채택하면서 교
학敎學‧선학禪學의 다른 언어들과 비교‧분석하거나 이론적 체계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교학적‧선학적 의의나 위상을 도출하는 결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연구
성과를 마무리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연구는 탐구대상이 되는 언어와 이
론에 대한 연구자 자신의 이해를 현재어에 담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도 된다.
앞에서 거론한 ‘탐구의 방법론’에서 밝혔듯이, ‘전통용어와 이론의 형식 범주 내
에서의 동어반복적 맴돌이 현상’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방법론은 어느
교학‧선학을 연구하든 그 교학의 해석학적 전통 관점과 이론 안에서 재순환되
52) 앞의 책,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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