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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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향후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어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은
             현토형 한문 상당법어를 구사하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하지만, 그 형식적 유사성
             에도 불구하고 성철의 상당법어와 같은 방식은 목격되지 않는다. 성철을 끝으로

             한문에 기반한 전통 간화선문看話禪門의 언어방식은 종식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이다. 이제 간화선문의 학인들은 자신의 선가禪家적 성취를 현재인들과 소통 가

             능한 현재언어에 담아내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성철 상당법어 류類 및 전통
             간화선문看話禪門 언어방식을 현재도 그대로 채택하려는 시도는 소통을 외면하는

             언어 무능력이자 고립된 독백이다. 아니면 의도적으로 불통의 장막을 세워 불통
             의 신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종교적 권위를 겨냥하는 언어 전술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중도 체득의 방법으로 간화선 화두 참구를 역설하는 성철의 안목과 의중을 탐

             구하려면 그의 선어禪語를 읽어내는 해석학적 독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 독법은
             어문학적 능력만으로는 확보되지 않는다. 또 붓다를 비롯한 대승교학과 선종

             선사상에 대한 교학적 이해만으로도 필요한 독법을 마련하기 어렵다. 어문학
             적 능력 및 교학적 이해력을 포함하면서도 철학적 읽기를 가능케 하는 조건들

             을 추가해야 그 독법이 수립된다. 철학적 읽기의 의미와 필요조건들에 대해서는
             앞서 ‘탐구의 방법론’에서 소견을 개진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성철과 지눌의 언어를 비롯하여 선종 선문의 선관禪觀을 읽

             어내기 위해 필자가 수립해 온 나름의 독법을 개진한다. 간화선을 중도 체득의
             방법으로 천명하는 성철의 의중을 드러내기 위한 밑그림에 해당하는 독법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내용은 꽤 장기간에 걸쳐 진행해 온 관련 탐구들에서 필요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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