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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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향상과정은 고스란히 ‘개인과 사회의 생활세계 문제해결력 향상과정’

             이기도 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 일심 여정에서는, 불변‧동일‧독

             자의 실체‧본질 관념으로 차이들을 왜곡하고 오염시켜 부당하게 다루어오던 실
             체‧본질주의 기획의 갖가지 해로운 민낯이 고스란히 폭로된다. 동시에 종교‧

             철학‧문화‧전통‧관습‧제도의 옷을 걸치고 국가의 보호 아래 위세를 떨치던
             실체‧본질주의의 기만과 폭력을 치유하는 능력이 향상한다. 이 성찰과 치유의
             여정은 ‘조건 인과적 합리성’을 경험세계 내에서 구현시켜 간다. 모든 현상을 ‘조

             건에 따라 인과적으로 발생’(緣起)한 것으로 이해하는 연기적 이해능력으로 ‘차이
             현상들의 있는 그대로’(實相)를 드러내고, 그 차이들과 서로 막힘없이 공명共鳴하

             며 호혜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조건 인과적 합리성의 광대한 구현과정’이 그 여
             정의 풍경이다. 조건 인과적 합리성을 개인적‧사회적으로 고도화시키는 최고

             수준의 능력을 원효는 ‘하나처럼 통하면서 만날 수 있는 깨달음’(一覺)으로 노래
             한다. 그리고 ‘하나처럼 통하는/통하게 하는 마음’(一心)은 그 여정의 시작이고 여

             러 기착지이며 최종 목적지이다.



               이 ‘일심一心 여정’에서는, <‘어떤 이해나 경험에도 붙들려 갇히지 않고 빠져나
             오는 국면/자리’를 열고, 그 자리에서 이해들을 만나, 더 좋고 더 이로운 것으로

             바꾸어가는 능력>을 키워주는 붓다의 정학/선/정지正知 법설이, 정교한 논리와

             풍부한 이론에 담겨 대승교학의 언어로 재구성되고 있다. <‘공관空觀을 안은 유
             식관唯識觀’ → ‘빠져들지 않고 그침’(止)과 ‘사실대로 이해함’(觀)의 동시 결합적 전

             개 → ‘자기를 이롭게 함’(自利行)과 ‘타인들을 이롭게 함’(利他行)의 나뉘지 않는 실
             천 → ‘하나처럼 통하면서 만날 수 있는 깨달음’(一覺)의 성취 → ‘하나처럼 통하

             는/통하게 하는 마음’(一心)의 완전한 발현>으로 재기술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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