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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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지 유가행중관파의 이해와 해석은 전혀 다르다. 논자가 보기에 까말라씰라 진
영의 시선은 과도할 정도의 오해로 점철되어 있다. 마하연이 설하는 선종의 간
심看心 행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심 행법’의 마음방
식 수행은, 대상에 마음을 붙들어 매어 산만하거나 동요하지 않게 하는 집중이
아니라, ‘망상분별의 계열‧범주‧지평에 휘말려 들지 않는 마음 국면/자리를 열
고 챙겨가는 수행’이다. 지止에 대한 이해가 전혀 다른 것이다.
사마타(止) 행법에 대한 통념적 이해는 ‘대상에 대한 마음집중’이다. 니까야 주
석서와 아미담마 전통, 인도 대승교학 전통 모두에 이러한 시선이 일반화되어 있
다. 사마타 행법은 ‘대상에 마음을 붙들어 매어 움직이지 않게 하는 수행’이라는
것이다. 결국 남/북의 불교전통은 전반적으로 선 수행의 두 축인 지止와 관觀을
‘대상에 대한 마음집중’과 ‘이해 계발’로 간주하고 있다. ‘무아‧공성의 관점과
이해를 수립하여 대상에 적용하는 수행’(위빠사나, 관觀)과 ‘대상에 마음을 붙들어
매어 동요하거나 흩어지지 않게 하는 수행’(사마타, 지止)을 통해, 무명환각에 지
배되는 오염된 이해와 마음현상 및 행위로부터 완전하게 해방될 수 있다는 것
이, 남/북 전통의 일반적 지관止觀 수행관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니까야가 전하는 붓다의 정학 설법에서는 그런 식의 설
명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마타 행법을 ‘대상에 대한 마음집중’으로 이해
하는 것은 후학들의 해석학적 선택이지 붓다의 의중과 부합한다고 말하기 어렵
다. 그렇다면 붓다의 정학을 탐구하는 새로운 관점이 불교전통에서 존재하였을
까? 필자는 원효와 『대승기신론』 그리고 선종을 그 대표적 사례로 꼽고 싶다. 원
효와 『대승기신론』 그리고 선종의 새로운 선관은 사마타(止)에 대해 어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것인가? ‘이해와 마음의 차이와 관계’에 관한 논의는 그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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