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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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상당법문上堂法門의 음미 - 『본지풍광本地風光』과 선종의 선관
붓다의 정학/선을 둘러싼 전통 시선의 문제점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선
관을 이와 같이 대비시켜 음미하면, 성철이 중도 체득의 방법으로 선종의 간화선
화두참구를 역설하는 의중에 접근하는 길을 열 수 있다. 성철의 상당법문집上堂
法門集인 『본지풍광本地風光』의 일부를 이러한 독법에 의거하여 읽어 본다.
『본지풍광』이 집성하고 있는 성철의 상당법문은 일정한 구성양식을 보여준
다. 대략 여섯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는데, <1. 선문의 주요 공안公案을 주제로 삼
아 그 공안에 대한 성철의 총평적 안목을 드러낸다. 2. 공안의 내용을 소개하면
서 그에 대한 성철의 안목을 덧붙인다. 3. 해당 공안의 관문을 열거하면서 그 공
안의 가치를 평가한다. 4. 해당 공안에 대한 역대 선문 종사들의 안목을 소개하
면서 중간중간 성철 자신의 평가를 간략히 덧붙인다. 5. 해당 공안과 이에 대한
역대 종사들의 안목에 대한 성철 자신의 평을 붙이면서 마무리한다.> 필자가 임
의로 나누어 본 여섯 항목 가운데 법문에 따라서는 생략된 항목들도 있고 항목의
순서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본지풍광』은 현토 한문으로 된 법문 전체를 제시한
후 그에 대한 한글 번역을 덧붙인 형식으로 편집되어 있다. 이 『본지풍광』 첫머
리에 등장하는 ‘덕산탁발德山托鉢’ 법문에서 첫 번째 항목에 해당하는 ‘성철의 총
평적 안목’은 다음과 같다.
“법상法床에 올라 주장자를 잡고 한참 묵묵한 후에 말씀하셨다. 이렇고
이러하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 해와 달이 캄캄하도다. 이렇지
않고 이렇지 않으니 까마귀 날고 토끼 달리며 가을 국화 누렇도다. 기왓
장 부스러기마다 광명이 나고 진금眞金이 문득 빛을 잃으니, 누른 머리 부
처는 삼천리 밖으로 물러서고 푸른 눈 달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 도리를 알면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거꾸러지며, 이 도리를 알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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