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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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드러내기 위한 밑그림이자 읽어내기 위한 독법이다. 그 요점을 재기술하
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마음에 의한 ‘삶과 세계의 왜곡과 오염’은 마음 동요나 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인식 현상은, ‘설정된 기준들과 그에 따른 관점‧이해‧욕구의 다양한 방
식들이 상호적으로 얽혀 중층적으로 누적된 해석체계’의 산물이며, ‘분류‧선
별‧판단‧평가하는 해석‧가공의 경향적/관성적 메커니즘’의 전개양상이다.
따라서 마음에 의해 삶과 세계가 왜곡되고 오염되는 것은, 마음작용의 기능적 동
요나 산만함 때문이 아니라, 마음범주 안에 자리 잡은 ‘해석체계와 문법’ 때문이
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한 인과적 이해이다. 그렇기에 왜곡과 오염에서 벗어나
려면, 마음을 지배하는 문법체계에 ‘빠져들지 않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
음집중이 그 능력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마음의 기능적 집중은 여전히 오염된 문
법체계 안에서의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집중이 오염된 마음의 정화나 그로
부터의 탈출에 무익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지의 문법체계
가 지배하는 마음 지평‧계열에 ‘더 이상 휘말려 들지 않는 마음 자리/국면’의 계
발과 확보>이다. 근본무지를 조건으로 형성된 마음의 문법체제를 ‘붙들어 의존
하고’, ‘따라 들어가 안기고’, 그 안에 ‘빠져들고 휘말려 드는’ 관성(업력)에 지배되
는 한, 무아‧공의 이해를 수립하고 애써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그 문법체계‧계
열에서 충분히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이해로써 이해를 바꾸는 방식’만으로는 충
분하지가 않다. 현상‧존재‧세계를 왜곡‧오염시키는 문법으로 작용하는 ‘마
음을 지배하는 선先체계’에 ‘빠져들지 않는 마음 자리/국면’ ‘휘말려들지 않는 마
음 자리/국면’ ‘붙들고 달라붙지 않는 마음 자리/국면’ ‘계열 전체를 괄호 치고 빠
져나오는 마음 자리/국면’ ‘전면적으로 빠져나오는 마음 자리/국면’을 열어주는
수행이 필요하다. 이 수행이 ‘마음방식의 수행’인 정학/선의 초점이라는 것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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