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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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삼두육비三頭六臂이니 어떠한가? 붉은 노을은 푸른 바다를 뚫고 눈
                  부신 해는 수미산을 도는도다. 여기에서 정문頂門의 정안正眼을 갖추면 대

                  장부의 할 일을 마쳤으니 문득 부처와 조사의 전기대용全機大用을 보겠지
                  만, 그렇지 못하면 다시 둘째 번 바가지의 더러운 물을 그대들의 머리 위

                  에 뿌리리라.”  58)


               이 짧은 구절에서 성철은 중도와 선문 돈오에 관한 자신의 안목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유‧무 양변을 벗어나는 중도의 특징을 ‘쌍
             차雙遮와  쌍조雙照를  동시에  드러내는  차조동시遮照同時‧쌍민쌍존雙泯雙存’ ‘쌍

             차雙遮한 쌍조雙照, 즉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보는 것이 성철 중도관의 일관된 안
             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철의 중도관이 지닌 철학적 의미는 유有‧무無라는 말

             의 실제 내용을 ‘차이 현상들의 양상’으로 읽을 때 분명해진다. ‘양변兩邊인 유有와
             무無’는  ‘비유비무非有非無/쌍차雙遮/쌍민雙泯’의  대상으로서  <‘불변‧동일의  본

             질/실체’ 관념에 의해 왜곡되고 오염된 차이 현상들>이다. 이에 비해 ‘연기‧중
             도로서의 유有와 무無’는 ‘역유역무亦有亦無/쌍조雙照/쌍존雙存’의 대상으로서 ‘진

             공묘유眞空妙有’인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로서의 차이 현상들>이다. 이 연기·
             중도의 지평에서는 ‘조건에 따라 생겨나는/생겨난 현상’(有)이나 ‘조건에 따라 사

             라지는/사라진 현상’(無)이 모두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이다. 그리고 이 <‘사
             실 그대로/있는 그대로’로서의 차이 현상들>을 체득적으로 만나게 해 주는 것이

             선문의 ‘마음방식 행법’이고, 그것이 간화선의 돈오頓悟이다. ‘덕산탁발德山托鉢’

             법문의 첫 대목은 성철 중도관의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각 구절에 성
             철 중도관과 돈오의 구조를 대비시키면 이렇게 된다.




             58)  『본지풍광』,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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