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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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변兩邊인 유有와 무無’로서의 차이 현상들을 비유비무非有非無/쌍차雙遮/쌍
민雙泯으로 부정】 - <이렇고 이러하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 해와 달이 캄
캄하도다.>
【‘연기‧중도로서의 유有와 무無’인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의 차이 현상들
을 역유역무亦有亦無/쌍조雙照/쌍존雙存/진공묘유眞空妙有로 긍정】 - <이렇지 않고
이렇지 않으니 까마귀 날고 토끼 달리며 가을 국화 누렇도다.>
【비유비무非有非無/쌍차雙遮/쌍민雙泯의 부정과 역유역무亦有亦無/쌍조雙照/쌍
존雙存/진공묘유眞空妙有의 긍정을 결합】 - <기왓장 부스러기마다 광명이 나고 진
금眞金이 문득 빛을 잃으니, 누른 머리 부처는 삼천리 밖으로 물러서고 푸른 눈 달
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양변兩邊이 되는 ‘안다’와 ‘알지 못한다’를 설정하여 이해의 ‘분별 문법/범주/
체계’에서 빠져나오게 함】 - <이 도리를 알면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거꾸러지
며, 이 도리를 알지 못하면 삼두육비三頭六臂이니 어떠한가?>
【‘갇히지 않고 빠져나온 마음 자리/국면’에서 차이 현상들을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 봄】 - <붉은 노을은 푸른 바다를 뚫고 눈부신 해는 수미산을 도는도다.>
【‘근본무지의 분별 문법/범주/체계/계열’에서 ‘빠져나온 자리’와 ‘붙들려 있는
자리’의 차이를 확인시키면서 마무리】 - <여기에서 정문頂門의 정안正眼을 갖추면
대장부의 할 일을 마쳤으니 문득 부처와 조사의 전기대용全機大用을 보겠지만, 그
렇지 못하면 다시 둘째 번 바가지의 더러운 물을 그대들의 머리 위에 뿌리리라.>
성철의 상당법문은 고도화된 간화선 언어의 전형이다. 성철의 언어가 지니는
간화선의 특징적 양상을 음미하려면 선종 언어의 전개에서 목격되는 두 가지 양
상을 짚어 보아야 한다.
‘갇히지 않고 빠져나오는 마음 자리/국면’‧‘휘말려 들지 않으면서 대상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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