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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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구사하는 기량의 수준이, 다시 말해 용어와 이론에 대한 소화력이 과연 어
             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도무지 기량평가 자체가 어려운 방식의 게임을

             벌이는 경우가 흔하다. 선수 자신이 자신의 기량을 정확히 드러내지 않아도 굴러
             가는 게임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 자신도 자신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다. 한문 텍스트의 용어와 이론을 구사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자주 목격된다. 심오한 뜻을 펼치고 있는 듯 보이게 하는 ‘전문

             한문용어의 수사학적 배열’로 글을 채우는 선수들이 자주 목격된다. 그런 글일수
             록 글쓴이의 이해를 분명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글쓴이 자신은, 자신의 이해가

             보편적 지식언어 지형 속에서 어떤 좌표를 점하는 것인지를 알고나 있는지도 의
             문이다.



               이런 현상이 방치되고 또 반복될 수 있는 이유는, 구사하는 용어와 이론에 대

             한 학인의 이해를 면밀하게 점검할 수 있는 방식과 장치가, 학인들이 펼치는 글
             쓰기 방식과 언어게임 안에서 적절히 가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통용되

             는 ‘학문 불교학’의 논문형 글쓰기 방식에서는, 용어‧이론의 이해 내용에 대한
             점검을 건너뛰어도 얼마든지 논증형식을 구성할 수 있다. 또 용어‧이론에 대한

             이해의 서술이 불명확한 경우일지라도, 학위 소지자이고 전공자이니 잘 알고 있
             을 것이라는 부실한 상호 인증으로, 자기들만의 언어게임을 유지해 가는 것이 얼

             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 자신에 대한 반성에서 하는 말이다.


               언어게임에 참여한 학인들이 자신의 이해를 소통 가능한 언어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데에는, 언어와 지식의 권력적 속성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

             인다. 언어와 지식은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발생지이고 획득 도구이며 운영수단
             이다. 이것은 언어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현상이다. 그래서 언어와 지식에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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