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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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치를 구성해 가는 성찰적 평가가 되기가 어렵다. 무지(無明)에서 발생한 삶과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통찰의 전통에 대해 시도하는 ‘가치를 탐구하지 않는
이해’ 혹은 ‘가치평가를 하지 않으려는 이해’가 과연 제대로 된 이해일까? 문제
해결의 진리를 탐구하는 모든 담론에서, 가치평가와 분리된 이해는 충분하거나
제대로 된 이해가 아니다. ‘불교에서의 이해’는 특히 그러하다. 문제해결의 힘을
중시하는 것이 불교 진리관이기에, 모든 탐구는 가치평가와 무관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가치를 평가하지 않으려는 불교학 방법론과 그 태도에
안주한다면, 불교학 탐구는 현재의 관심을 안을 수 없고 현재의 문제해결력을 제
대로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붓다와의 새로운 대화도 불가능하다. 그저 기존
의 교학/해석학들이 제시한 이해에 기대어 붓다와 만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
연 전통 교학/해석학이 그처럼 완결적일 수 있는 것일까? 이미 정답이라 할 만한
붓다 해석학들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잘 고르거나 잘 이해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또 불교학자들은, 어떤 교학이든 그에 대한 문헌‧언어‧이론의 전문적
소양만 갖추면 충분한 것일까? 학인으로서의 본분과 역할은 그것으로 다 갖추는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현행 불교학은 일종의 해석학적 맴돌이 현상에 빠져 있다. 어
느 교학을 연구하든 그 교학의 해석학적 전통 관점과 이론 안에서 맴돈다. 그 교
학의 문헌과 용어, 논리 안에서 뱅뱅 돈다. 언어와 이론 범주가 대부분 과거에 갇
혀 있다. 그러다 보니 비非불교언어권 사람들에게는 불교학 논문과 저술들이 마
치 외계어처럼 생경하다. 교학에 대한 연구자의 이해를 ‘현재인들의 보편지성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에 담아내는 경우가 드물다. 전통교학의 용어와 이론을 공
유하는 소수의 학인들이 자신들만의 폐쇄적 언어게임을 벌이고 있다. 게임 밖의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무슨 게임인지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게임에 참여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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