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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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길이 좁을수록 소수자들이 독점적 권력 지대를 확보하기가 쉽다. 진입이 어
려운 언어와 지식일수록 그 운용자들은 특권의 향유가 가능해진다. 특히 불교학
처럼 고전어를 다루어야 하는 학인들에게는 원전 언어의 의미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좁을수록 독점적 이익이 보호된다. 구사하는 용어와 이론이 난해할수록, 명
확한 의미가 드러나지 않을수록, 권위의 이익은 크게 누릴 수 있다. 혹 언어‧지
식의 이러한 매혹적 권력이, 이해를 분명히 하고 명확히 표현하여 쉽게 소통하려
는 노력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언어와 지식의 역사 속에서는 ‘배타 지
향’과 ‘공유 지향’의 두 상이한 태도가 얽혀 있는데, 전자에서 후자로 변해가는 것
이 시대의 진보적 추세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도 한글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며 선
구적이다. 한글만큼 탈脫권력적인 언어를 찾기는 어렵다. 필자는 한글을 사용하
는 인연을 크나큰 복으로 여긴다.
참여선수들끼리만 공유하는 언어게임이 폐쇄적으로 가동되는 상황에서는, 전
문성과 대중성이 접점 없이 이반離反되어 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전문성
을 확보했다는 학인들은 현재어에 접속할 능력이 없어 학문이라는 명분으로 자
위적 폐쇄성에 빠져들고, 대중성 확보에 성공했다는 학인들은 현재어로 세련된
응용기술을 보여주지만 전문성의 깊이가 결여되면 그 호소력과 생산력이 곧 한
계에 봉착한다. 전문지성과 대중지성이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끊임없이 향상
시키는 접속지대의 확보가 절실하다.
사실 전통교학을 형성한 생명력은 ‘사용가치를 탐구하려는 성찰’에서 찾을 수
있다. ‘사용가치를 탐구하려는 태도’는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완결시켜 머무르
려는 태도로는 역동적 현실에서의 더 좋은 사용가치를 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성찰하려는 태도’는 이전의 것을 이해한 후 현재 시점에 서서 새로움을 추가
해 보려고 한다. 그리하여 ‘과거에 대한 이해와 현재에서의 새로운 구성력’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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