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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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불교에 대한 철학적 읽기’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 불교학 탐구
          를 의미한다. 첫째, 모든 전통교학을 나름대로의 해석학으로 간주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이해에 머물지 않고 ‘사용가치를 탐구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
          다. 둘째, 사용가치 평가의 근거가 되는 자신의 관점과 이론 및 자신이 주목하는

          사용가치를 ‘소통 가능한 현재어’로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때 ‘현재어’란, 현
          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개념과 용어에 의한 표현이다. 셋

          째, 이를 위해서는 전통교학의 용어와 이론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재배치하
          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전통교학의 용어와 이론 범주에 갇히지 말고, 그리하여

          동어반복적인 순환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묶으면 이렇게 된
          다. ‘모든 해석학적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용가치를 탐구하려는 태도로써’ ‘사용
          가치에 대한 자신의 성찰을’ ‘소통 가능한 현재어에 담아내는 것’ - 그것이 ‘불교

          에 대한 철학적 읽기’가 갖추어야 할 기초조건들이다.



           ‘불교에 대한 철학적 읽기’의 이러한 자격조건들은 의지만으로 갖추어지지 않

          는다. 화두처럼 늘 염두에 두고, 그런 조건들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꾸준히 계
          발해야 한다. 어느 정도 능력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성공적인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록 ‘불교에 대한 철학적 읽기’의 ‘모든 조건을’ ‘충분히’
          갖추지는 못해도, 거듭 시도하며 사례들을 축적시켜 가야 한다. ‘불교에 대한 철

          학적 읽기’의 조건들을 확보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축적되고 또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점차 ‘불교에 대한 철학적 읽기’의 정체성과 내용이 뚜렷해질 것이다.

          현재 ‘학문 불교학’의 교학적 탐구 가운데 ‘불교에 대한 철학적 읽기’의 조건을
          갖춘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불교에 대한 철학적 읽기’ 범주에

          근접하거나 진입하는 사례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보인다. 그런 학인들의
          역량이 결집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교한 접속어와 탁월한 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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