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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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진리다운] 이해와 [이해에 의거한] 수행의 면모’(觀行之相)를 곧바로 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갖가지 의문과 난점을 해결하

              는 것이다. [‘[진리다운] 이해와 [이해에 의거한] 수행의 면모’(觀行之相)를 곧바
              로 말한] 첫 번째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먼저는 ‘수단과 방법을 통한

                                                        5)
              이해’(方便觀)이고 나중은 ‘곧바로 사실대로 이해함’(正觀) 을 밝힌 것이
              다. ‘수단과 방법을 통한 이해’(方便觀)에는 네 구절이 있으니, 처음의 한 구

              절은 ‘교화하는 사람’(能化)을 나타내었고, 마지막 한 구절은 교화의 위대
              함을 찬탄한 것이며, 중간의 두 구절은 ‘이해의 면모’(觀相)를 곧바로 밝

              힌 것이다. <[중생 마음으로 하여금] ‘허망한 것’(化)을 일으키지 않게 해야 한
              다>(無生於化)라는 것은, [중생이] 처음에 ‘[진리다운] 이해’(觀)를 닦을 때에 온

              갖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 차별된] 차이를 두는 것’(有相)을 깨뜨려 ‘허깨비
              같은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 차별된] 차이’(幻化相)에 대해 마음을 일으키는 것

              을 그치기 때문이다. <‘허망한 것을 없앤 것’마저도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
              보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게 해야 한다>(不生無化)라는 것은, ‘허깨비 같은 [불

              변‧독자의 본질/실체로 차별된] 차이’(幻化相)를 깨뜨리고 나서, 다음으로 ‘불
              변‧독자의 본질/실체가 없는 차이’(空相)[마저 붙들지 않고] 버려서, 〈허망한





          5)  정관正觀: 원효의 관점에 따르면, 보살수행의 52단계(52位)에서 십지十地 이전인 십신十信‧십주十住‧십행十行‧회
           향十廻向 단계에서의 관행은 모두 방편관에 속하고, 십지 초지初地부터의 관행은 정관에 해당한다. 그에 의하면,
           자리행과 이타행이 하나로 결합되는 분기점은 십지의 초지이며, 십지부터는 자리행과 이타행이 근원에서 하나
           로 결합하는 경지가 펼쳐지게 되고, 등각等覺과 묘각妙覺에 이르러 그 완벽한 경지가 된다. 또 십지의 초지初地 이
           상의 지평을 여는 정관正觀의 핵심을 원효는 유식관唯識觀으로 본다. 정관이 작동하는 초지 이상의 경지에서 현상
           과 존재의 사실 그대로인 진여공성眞如空性에 직접 접속하게 되고, 그때 ‘[‘사실 그대로’를] 비로소 깨달은’ 시각始覺을
           증득하여 본각本覺[인 ‘사실 그대로 앎’]과 상통하게 되어 ‘시각이 곧 본각’이라는 일각一覺의 지평에 올라선다. 이후의
           과제는 본각과의 상통 정도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초지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상통의 원만성이 확대되다가, 등
           각等覺 경지에서 성취하게 되는 금강삼매에 의거하여 마침내 묘각妙覺 지평이 열려 시각과 본각이 완전하게 하나
           가 된다. 이러한 위상을 지닌 ‘正觀’을 본 번역에서는 ‘곧바로 사실대로 이해함’이라 번역한다. 또한 문장의 의미
           맥락에 따라서는 그저 ‘사실대로 이해함’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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