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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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중도의 철학적 의미


            1) 중도의 대상 - 유有‧무無와 차이[相]들


           붓다가 ‘유‧무 양변을 벗어난 중도’를 천명한 이유는, 인간(五蘊) 및 인간의 감

          관능력(六根)이 마주하는 현상과 존재에 ‘불변의 동일한 본질‧실체’를 부여하는
          무지(無明)를 치유하여, 감관능력으로 하여금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yathābhūta,

          如實)의 이해에 의거하여 작용하게 하려 함이다. 또 불변‧동일‧독자성을 지닌 절
          대적 실재를 허구적으로 설정하는 무지의 작용을 제거하여 ‘감관능력과 대상과의

          관계’가 무지에 의해 오염‧훼손되는 일을 그치게 하려 함이다. 그것은 ‘무지 자
          체의 다양한 변주들’과 ‘무지에 의거한 욕망’(탐욕) 및 ‘무지에 의거한 부정’(분노)

          가 모든 유형의 개인‧사회적 해악과 고통을 발생시키는 것을 치유하려는 것이
          기도 하다. 그런데 인간이 감관능력(六根)으로 경험하는 모든 주관적‧객관적 현

          상은 ‘무수한 차이들’이다. ‘구별 가능한 특징을 지닌 차이’(相, nimitta)들이 모든 인
          간 경험을 발생시키는 초기조건들이며, 지각 범주의 처음이자 끝이다. 니까야/아

          함에 자주 등장하는 붓다의 육근수호六根守護 법설은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눈으로 형색을 봄에 그 ‘전체적 차이‧특징’(nimitta, 全體相/相)을 취
                                                         17)
              하지 않으며, 또 그 ‘부분적 차이‧특징’(anuvyañjana, 細相) 을 취하지도
              않는다. 만약 그의 눈의 기능(眼根)이 제어되어 있지 않으면, 욕심과 싫어
              하는 마음이라는 나쁘고 해로운 법(不善法)들이 그에게 [물밀듯이] 흘러들어

              올 것이다. 따라서 그는 눈의 감각기능을 잘 단속하기 위해 수행하며, 눈




          17)  전재성은 nimitta를 ‘인상’, anuvyañjana를 ‘연상’으로 번역하고 있고(『맛지마니까야』, 607), 대림은 ‘표상’과 ‘세세
            한 부분상’으로 번역하고 있다(『맛지마니까야』2권, 428-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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