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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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하는 차별을 합리화시킨다. 소위 백인들의 타 인종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현
             재진행형이다. 어디 인종 본질주의만의 문제던가. 민족‧혈통‧종교‧이념 본

             질주의가 자행하는 배제의 폭력은 잔인하고 집요하다. 모든 유형의 본질주의가
             수립한 부당하고 불합리한 배제와 차별의 질서는, 논리를 갖춘 이론, 종교, 제도

             와 문화, 관습, 전통 등을 통해 구현되기에 강력하다. 본질주의의 차별이론과 질
             서는 개인에게는 깊숙이 내면화되었고 사회에는 철옹성 같은 방어‧유지의 체

             계를 겹겹으로 구축하였다. 바라문이 주장하는 혈통의 순수성, 신분‧계층의 절
             대 우월성과 차별적 지위에 대한 붓다의 비판은, 본질주의 신념에 대한 연기론적
             사유의 대응이었다. ‘차이들에 대한 본질주의적 배제와 차별’을 비판‧치유하는

             동시에, 차이들의 관계를 ‘연기적 사실 그대로에 의거한 합리적‧호혜적 관계’로
             정립하는 것 - 붓다가 성취한 연기‧중도의 깨달음이 지닌 현실의 문제 해결력

             과 불국정토佛國淨土 구현의 구체적 전망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붓다의 경우
               ‘차이들에 대한 차별체계’를 구축해 온 것은 불변‧동일‧절대인 실재를 설

             정하는 본질‧실체주의 시선이며, 이 시선은 고스란히 붓다가 지적하는 근본무

             지(無明)의 내용이다. ‘관계를 맺으며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차이들’은 언어 인간
             이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과 고통의 조건이다. 유사한 차이들을 한 다발로 묶어

             하나의 언어기호에 담아 처리하는 능력을 품게 된 인간은, 이 언어능력에 수반하
             는 동일성 관념을 아울러 품게 되었다. 차이들 간의 대비와 비교를 선명하고 정

             밀하게 하려는 ‘차이들의 언어적 분류’는, 그 연장선에서 언어에 담긴 차이들을
             ‘동일한 내용으로 채워진 것’으로 간주한다. 언어에 담긴 차이를 단일‧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면 차이들의 대비와 비교가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한 언어에 담긴
             차이가 실제로는 ‘유사한 다수들’이고 ‘가변적인 것들’이며 ‘독자의 존재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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