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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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비교를 토대로 적절한 취사 선택을 위한 판단‧평가‧분석‧기억‧예측
             능력이 발달하였고, 이 과정에 수반하여 비교‧판단‧분석의 기준선인 관점, 관

             점에 의한 수립되는 질서인 논리와 이론 능력이 발현하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
             침내 ‘이해’라고 하는 인간 특유의 법칙‧질서적 파악능력이 발현하여 고도화되

             어 갔을 것이다.


               언어 인간이 된 이후, 인간의 감관능력(六根)이 대면하는 차이들은 ‘언어로 분

             류 처리된 차이들’이다. 언어적 분류 이전의 차이와 분류 이후의 차이가 그 특징
             이나 내용에서 다른 것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감관능력이 접수하는 차이와

             지각 및 인식의 내용은 예외 없이 ‘언어에 연루된 차이들’이다. 그리고 인간의 사

             유와 욕구, 이해와 느낌‧감정 및 행동은 이 ‘언어에 연루된 차이’들을 조건으로
             삼아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사유‧이해‧욕구‧느낌‧감정‧행동이, 언어와의
             관계방식이나 관계의 수준은 다를지라도, 근본적으로 모두 ‘언어에 연루된 차이

             들’을 발생조건으로 삼는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하는 타당한 이해일 것이

             다. 중도라는 이해, 중도에 대한 체득적 깨달음, 나아가 해탈 수행과 성취한 깨달
             음의 내용, 붓다의 선禪과 선종의 간화선 등 모든 유형의 불교적 경험 현상도 예
             외는 아니다. 무지의 분별‧망상 계열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이건, ‘사실 그대로’

             에 의거한 지혜 계열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이건, 인간의 모든 경험은 ‘언어에 연
             루된 차이를 조건 삼아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이 점은 깨달음의 체득을 중시하는

             불교나 모든 수행 전통에서 특히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아래에서 다시 거론하

             겠지만, <궁극적 진리‧실재나 깨달음을 체득적으로 성취하려면 언어‧차이‧이
             해‧사유‧욕구‧느낌‧정과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시선들이 불교 내부에 만

             연되어 왔고, 모든 유형의 신비주의 종교와 철학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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