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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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를 드러내기 위해 채택되는 유有‧무無라는 말의 실제 내용도 ‘차이들의
양상’(諸相)이다. <차이 양상들의 존재는 ‘동일‧불변인 본질로서의 있음’>이라는
이해와, 그 반면인 <차이 양상들의 비非존재는 ‘동일‧불변인 본질로서의 없음’>
이라는 이해가, 차이 현상들에 대한 본질주의 시선의 두 얼굴인 ‘양변兩邊인
유有‧무無’이다. 그리고 <차이 양상들의 존재는 ‘조건들이 있으면 발생하는 가변
적 현상’이고, 차이 양상들의 비非존재도 ‘조건들이 있으면 발생하는 가변적 현
상’이다>라고 이해하는 것은 ‘유有‧무無의 양변兩邊에서 벗어난 비유비무非有非
無의 중도’이다. 중도의 대상인 유有‧무無의 실제 내용을 이처럼 ‘차이들의 생겨
나 있는 양상’(有)과 ‘차이들이 소멸하여 없어진 양상’(無)으로 보면, 중도 통찰이
본래 지니고 있었지만 간과되고 있던 문제 해결력이 되살아난다.
2) 중도의 문제 해결력 - ‘차별된 차이’에서 ‘사실 그대로의 차이’로
중도의 대상인 유有‧무無의 실제 내용을 ‘차이들의 생겨나 있는 양상’(有)과
‘차이들이 소멸하여 없어진 양상’(無)으로 보고, ‘양변兩邊인 유有‧무無’를 차이 현
상들에 대한 본질주의 시선의 두 측면으로, 그리고 ‘유有‧무無의 양변兩邊에서 벗
어난 비유비무非有非無의 중도’를 차이 현상들의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를 드
러내는 연기적 통찰로 읽어 보자. 그럴 때 중도는 <불변‧동일의 본질이 있다는
시선에 의해 ‘사실 그대로의 차이’(眞如實相)를 왜곡‧오염시켜 수립한 ‘부당하고
불합리한 차별체계’>를 치유하는 문제 해결력의 원천이 된다. 본질주의 시선에
의해 수립된 차별체계는 다양한 모습과 내용을 지니지만, ‘소수 강자의 이익과
기득권은 부당하게 보호‧유‧강화하고, 다수 약자의 권익은 부당하게 침해‧억
압‧박탈하는 불합리한 질서’라는 점은 공통된다. 예컨대 인종 본질주의는 존재
하지도 않는 인종의 불변‧동일성 본질을 내세워, 우월한 본질을 지녔다는 인종
의 권력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열등한 본질을 지녔다는 인종의 권익을 부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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