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P. 52

관계’이지만, 차이들의 대비와 비교를 명확히 하여 차이 현상들에 대한 대응력과
          문제 해결력을 고도화시키려는 요청은, 언어로 분류한 차이들에다가 실재하지도

          않는 동일성‧독자성‧불변성을 부여한다. 비록 허구일지라도 차이들이 얽혀 있
          는 문제를 판단‧분석‧평가를 통해 이해하여 해결하는 데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

          기 때문이다. 강력한 ‘허구의 유용성’에 중독된 언어 인간은 자발적으로 불변‧동
          일‧절대라는 시선을 본능처럼 내면화시켜 왔다. 본질‧실체주의가 인간의 사유

          와 욕망 및 행위를 장악하게 된 연유이다. 불변‧동일‧절대라는 시선을 내면화
          시킨 언어 인간으로는, 현실 경험세계에서는 ‘관계를 맺으며 역동적으로 변화하
          는 차이들’만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 신체적 유형이든 정신적 유

          형이든, 인간이 겪는 모든 불안과 고통은 ‘불변‧동일‧절대라는 언어적 허구’와
          ‘변화‧관계의 차이인 사실 그대로’의 원초적 불화와 충돌의 산물이다. 인간의

          불안과 고통은 ‘인간 특유의 언어능력’에서 비롯되는 ‘인간 특유의 현상’이다.

           이 인간 특유의 고통 상황에서 대부분의 언어 인간이 모색한 출구전략은 ‘불
          변‧동‧절대를 설정하는 언어적 허구’의 연장선에서 마련한 것이었다. 변화‧

          관계‧차이들과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상실의 고통에서 보호받을 수 있
          는 ‘불변‧동일‧절대의 집’을 세우고 그 거주자가 되려는 것이었다. 변화‧관
          계‧차이들과 아예 절연絶緣하고 세계 안에서든 밖에서든 ‘불변‧동일‧절대의

          집’을 세워 그 거주자가 되려는 지향을 필자는 ‘신비주의’라 정의한다. 이 신비

          주의는 인도를 비롯하여 동‧서양 문명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동일성
          을 유지하는 불변의 절대적 실재가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차이 현상들’ 이면이

          나 너머에 실재한다고 설정한 후, 집중명상이나 고행을 통해 그 궁극실재를 직접
          만나 하나가 됨으로써 ‘불변‧동일‧대의 집’ 거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신비

          주의의 인도적 유형이다. 또 수련으로 영생불사의 생명체가 될 수 있다는 신선의
          꿈은 신비주의의 동아시아적 유형이다. 그리고 외재하는 불변‧동일‧절대의 전



          52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