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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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자가 베푸는 특별한 은총으로 사후에 ‘불변‧동일‧절대의 집’에 입주할 수 있
다는 것은 신비주의의 유일신 신앙 종교적 표현이다.
변화‧관계‧차이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
는 신비주의 전략은 변화‧관계‧차이들과의 절연絶緣을 위해 ‘일체의 언어‧개
념‧차이‧변화‧사유‧구와 연관되지 않는 불변‧독자‧전능‧순수‧동일의
초언어적超言語的 실재’를 설정한다. 신비주의 전략의 출발점이자 토대는 ‘언어에
수반하는 동일성 환각’이다. 그러나 변화‧관계‧차이들로 인한 불안과 고통 또
한 언어에 의존하고 있다. 예컨대 인간이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의 변화와 차이
를 대비시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의 차이를 언어에 담
아 개념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언어 인간에게는 관계의 불안, 차이의 불화, 변
화의 고통들이 모두 ‘차이들의 언어적 분류’ 때문에 발생한다. 사유와 욕구의 발
생조건도 ‘언어에 담겨 분류된 차이들’이다. 따라서 신비주의 기획들은 공히 ‘언
어‧개념‧차이‧변화‧사유‧욕구와 연관되지 않는 불변‧독자‧전능‧순
수‧동일의 초언어적 실재’를 설정한다. 그리고는 언어‧개념‧차이‧변화‧사
유‧욕구와의 절연과 초월을 설한다. 진지하고 엄숙한 어조로.
붓다가 수행자 시절에 깨달음의 방법으로 당시의 구도자들이 좇던 선정 수행
과 고행 수행을 채택하여 그 수행론의 극한 수준까지 해 본 후 그 두 길과 결별하
였다는 것도 신비주의 길과의 결별로 읽어볼 수 있다. 불변‧동일‧독자‧순
수‧절대‧만능의 궁극실재로 향하는 신비주의 시선과 기획은 바라문 전통과
비非바라문 전통을 모두 관통하고 있었고, 그 궁극실재를 직접 체득할 수 있다고
제시된 수행론을 대표하는 것이 집중명상으로서의 선정 수행과 고행이었던 것
으로 보인다. 그 선정 수행은 고도의 집중을 통해 언어‧개념‧차이‧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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