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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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불변하는 있음’(有)과 ‘허무의 없음’(無)을 비판하는 비유비무非有非無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인간이 선택한 본질주의 시선에 따라 차별체계가 수립되고 인간이 다시 그 차
별체계에 종속되는 것과 관련된 붓다의 통찰은 ‘육근수호六根守護 법설’과 ‘희론
(戱論, papañca/분별의 확산)에 관한 법설’에서 그 구체적 내용이 드러난다.
육근수호 법설은, 필자의 소견으로는, 붓다의 법설들 가운데 그 의미나 가치
23)
로 볼 때 가히 핵심부에 자리한다. 이러한 육근수호 법설이 기존의 교학에서 충
분히 탐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중시되지도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육근수호 법
설을 금욕 수행론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청정도론』류類의 시선으로는 육근수호
법설의 의미에 접근하기 어렵다. 현대 불교학에서도 육근수호 법설의 의미와 가
치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변화하는 무수한 차이 현상들로 이루어진 지금 여
기의 오온五蘊 현상’을 떠나지 않고 이루어지는 현법열반現法涅槃의 의미를 가장
잘 밝혀주는 것이 육근수호 법설이라 본다. ‘경험을 발생시키는 여섯 가지 감관
능력을 잘 간수해 가는 방법에 관한 설법’인 ‘육근수호六根守護 법설’이야말로 인
도 신비주의 시선과의 결별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연기‧
중도가 ‘언어‧개념‧차이‧사유‧욕구‧변화‧관계와의 접속을 끊지 않고 무
지의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는 것을, 육근수호의 법설은 명확하고 정확하
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육근수호 법설이 지니는 철학적 의미 가운데 특히 세 가지를 주목하면서 필자
23) 육근수호 법설에 관한 필자의 소견은 「차이(相)들의 ‘상호 개방’(通)과 ‘상호 수용’(攝) - 『금강삼매경론』과 차이 통
섭의 철학: 원효와 붓다의 대화(Ⅱ)」에 상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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