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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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각하여 통섭通攝철학을 펼치고 있다. 차이(相)를 ‘불변‧독자의 본질/실체 관념

          에 포획되어 왜곡‧오염된 차이’와 ‘불변‧독자의 본질/실체 관념에서 벗어난 차
          이’로 구분하여 다루는 다양‧다층의 통찰들이 『금강삼매경』‧『금강삼매경론』

          을 관통하고 있다. 특히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을 통해 이 점이 선명하게 부각된

          다. ‘불변‧독자의 본질/실체 관념에 오염된 차이’와 ‘불변‧독자의 본질/실체
          관념이 치유된 차이’는 본질주의가 설정하는 ‘동일성’과 관련된 문제이다. 동일

          하다는 말의 의미는 ‘변치 않음’(불변)/‘다른 것과 섞이지 않음’(순수)/‘상호적 의존
          관계가 필요 없음’(독자/절대)과 통한다. 붓다는 이 동일성 관념의 허구를 깨뜨리

          는 통찰을 무아無我‧무상無‧연기緣起를 비롯한 다양한 법설로 드러낸다. 그리고
          붓다의 통찰에 공감하는 대승의 학인들은 본질주의의 ‘동일성 허구’를 깨뜨리는

          언어적 장치로 ‘공空’이라는 기호를 사용한다. 동일성은 ‘불변‧독자의 본질/실
          체’를 의미하기에 공성空性은 ‘불변‧독자의 본질/실체가 없음’이 된다. ‘언어‧
          사유‧욕구와 접속해 있는 차이’(相)를 <‘불변‧독자의 본질/실체 관념에 포획되

          어 왜곡‧오염된 차이’와 ‘불변‧독자의 본질/실체 관념에서 벗어난 차이’>로 구
          분하여 다루는 원효의 통찰은, <‘동일성에 오염된 차이’와 ‘동일성이 벗겨진 차

          이’>에 관한 통찰이기도 하다. 원효의 통섭通攝철학은 <‘언어‧사유‧욕구와 접
          속해 있는 차이’(相)들의 ‘상호 개방’(通)과 ‘상호 수용’(攝)을 통한 진실과 이로움의

          구현>을 겨냥하고 있다. 주로 대승교학을 통해 붓다와 대화한 원효의 통섭철학
          이 붓다의 육근수호 법설이 지니는 의미를 탁월하게 계승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

          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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