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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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상의 총결산으로 보이는 『금강삼매경론』에서는 ‘상相’ 이라는
27)
개념을 중심으로 ‘차이’와 ‘사실 그대로’의 문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풍부
하게 거론되고 있다. 원효는 ‘구분되는 특징적 차이’, 더 정확하게는 ‘언
어‧개념에 의해 분류‧처리된 특징‧차이들’을 지시하는 ‘상相’이라는
용어에 두 가지 상반된 의미를 모두 담는다. 하나는 ‘왜곡‧오염되어
28)
부당하게 차별된 차이’이고, 다른 하나는 ‘제대로 이해된 사실 그대로의
차이’이다. ‘왜곡‧오염되어 부당하게 차별된 차이’는 ‘동일성이 덧씌워
져 불변‧독자의 본질이나 실체로 간주되는 차이’이고, ‘제대로 이해된
사실 그대로의 차이’는 ‘동일성의 옷이 벗겨진 변화‧관계의 차이 현상’
이다. 그리고 전자의 차이(相)는 ‘독점‧배제‧억압의 폭력’과 ‘무지‧독
단의 기만’에 힘을 실어주는 차별적 차이이고, 후자의 차이(相)는 ‘개방‧
수용 ‧공유‧호혜互惠의 평화’와 ‘사실에 접근하려는 성찰’의 토대다. 원
효의 ‘차이 통섭의 철학’은 후자의 차이를 세상에 구현하려는 통찰의 체
계다.” 29)
“『금강삼매경론』에서 거론하는 차이(相)는 ‘언어‧사유‧욕구와 접속해
27) ‘相’은 니까야에서 ‘구분되는 특징적 차이’를 의미하는 팔리어 nimitta의 번역어로 시작하여 불교문헌들 속에
서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용어이다. 원효 저술 속에서 목격되는 ‘相’의 다양한 용법들을 우리말로 번역할 경
우 <차이, 양상,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 차별된] 차이, 특성, 특징, 면모, 모습, 현상, 대상> 등이 있다. 이들
은 모두 ‘相’(nimitta)이 지시하는 ‘구분되는 특징적 차이’라는 의미의 ‘문장 맥락에 따른 다양한 변형’이다. 따라
서 이 모든 번역어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의미는 ‘구분되는 특징적 차이’이다.
28) 이 글에서는 ‘相’을 서술의 편의상 그저 ‘차이’라고도 표현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언어‧개념에 의해 분류‧
처리된 특징‧차이들’을 지시한다.
29) 「차이(相)들의 ‘상호 개방’(通)과 ‘상호 수용’(攝) - 『금강삼매경론』과 차이 통섭의 철학: 원효와 붓다의 대화(Ⅱ)」,
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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