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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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 보는 생각으로] 분별한 것이 없음’(無所分別)으로 말
미암아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않음도 없으니’(無不分別), 그러므로 <[불변‧
독자의 본질/실체로 보는 생각으로] 분별함이 없는 지혜는 [차이를 제대로] 구별함
이 끝이 없다>(無分別智, 分別無窮)라고 말하였다. ‘[차이를 제대로] 구별함이 끝
이 없는’(分別無窮) 까닭은 다만 모든 분별을 없애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
제대로 구별함이] 끝이 없는 차이들’(無窮之相)은 오직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
보는 생각으로] 분별된 것’(分別)만이 사라진 것이겠습니다>(無窮之相, 唯分別滅)
라고 말하였다.” 39)
성철의 경우
성철은 유‧무 양변을 벗어나는 중도의 특징을 ‘쌍차雙遮와 쌍조雙照를 동시에
드러내는 차조동시遮照同時‧쌍민쌍존雙泯雙存’ ‘쌍차雙遮한 쌍조雙照, 즉 진공묘
유眞空妙有’라고 본다. ‘유‧무 양변을 벗어나는 중도’와 차조동시遮照同時‧쌍민쌍
존雙泯雙存‧진공묘유眞空妙有를 결합시켜 근본불교‧대승교학‧선종까지 한 줄
로 꿰고 있다. 아울러 성철은 중도를 화쟁의 원리로 파악한다. 이러한 성철의 중
도관이 지닌 철학적 의미는 유有‧무無라는 말의 실제 내용을 ‘차이 현상들의 양
상’으로 읽을 때 분명해진다. 성철의 중도관에서 ‘양변兩邊인 유有와 무無’는 현상
에 대한 본질주의 시선의 두 짝이다. 그런데 유有‧무無의 내용을 ‘차이 현상들의
양상’(諸相)으로 읽는다면, 양변兩邊 가운데 유有는 <차이 현상들의 있음을 ‘동일‧
불변인 본질로서의 있음’>으로 보는 견해이고, 무無는 <차이 현상들의 없음을 ‘동
일‧불변인 본질로서의 없음’>으로 보는 견해이다. 그리고 연기‧중도의 내용으
39) 『금강삼매경론』(H1, 659c4~7). “由其無所分別, 乃能無不分別, 故言<無分別智, 分別無窮>. 所以‘分別無窮’者, 只由滅
諸分別, 故言<無窮之相, 唯分別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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