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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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드러나면 쌍존은 보통 생멸 변견의 쌍존과는 다릅니다. 생멸의
쌍존은 서로 통하지 못하고 상극 그대로입니다. 있는 것은 그대로 있고,
없는 것은 그대로 없습니다. 불은 영원히 불이고 물은 영원히 물입니다.
그러나 쌍민하는 쌍존이나 쌍차하는 쌍조는 양쪽이 완전히 드러난 것입
니다. 이것은 서로 통하는 쌍존이어서 두 개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융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생멸 변견의 쌍존은 유는 유이고
무는 무라고 고집해서 서로 통하지 못하지만, 쌍차한 중도의 쌍조는 유
가 곧 무이고 무가 곧 유이며 선이 곧 악이고 악이 곧 선이어서 완전히 서
로 상통합니다. 결국 쌍조라 하는 것은 원융무애한 것을 말합니다. 모든
것이 다 융합됩니다. 그러면 물질적으로도 물을 불로도 쓸 수 있고 불을
물로도 쓸 수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서로 상극된 자기의 변견을 고집하면 서로 안 통합
니다. 언제든지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중도 입장에
서 보면 서로 시비를 다 버립니다. 서로 시비를 버리면 완전히 한 덩어리
가 됩니다. 한 덩어리가 되면서 서로 융통하게 됩니다. 그러면 모든 상극
모순과 투쟁은 영원히 없어져 버리고 영원한 행복과 평화가 실현됩니다.
영원한 평화라는 것은 싸움을 그친 데서 나오는데, 싸움을 그치려면 양
변을 떠난 중도를 실천해야 합니다. 중도를 실천하지 못하면 싸움은 영
원히 계속됩니다. 그래서 불교를 화쟁和諍이라고도 합니다. 싸움을 그치
고 화합이 근본이라는 말입니다. ‘중中’이라는 말도 화합이라는 뜻인데,
결국은 그것도 중도를 내포해서 표현한 것입니다. 중도는 쌍차쌍조하고
쌍민쌍존해서 원융무애하게 서로 화합합니다. 이것은 깊고 깊어서 평생
듣는다고 아는 것이 아니고 깨쳐야 압니다. 중도는 선‧교를 통해서 일
관된 최고 원리라는 것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평생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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