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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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사라지는/사라진 현상’(無)이 모두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임을 지시
하는 역유역무亦有亦無는 있음(有)과 없음(無)의 현상을 모두 ‘사실 그대로/있는 그
대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쌍조雙照‧쌍존雙存‧묘유妙有의 맥락에 해당한다.
유有‧무無의 내용을 ‘차이 현상들의 양상’으로 읽을 때, ‘유‧무 양변을 벗어
나는 비유비무非有非無의 중도’를 차조동시遮照同時‧쌍민쌍존雙泯雙存‧진공묘
유眞空妙有의 통찰로 읽는 성철의 중도관은 그대로 ‘차별된 차이’와 ‘사실 그대로
의 차이’에 관한 통찰이 된다. ‘차遮‧민泯‧진공眞空’은 ‘차이 현상들의 양상’에
불변‧동일성을 입혀 격리‧배제‧폭력의 차별적 질서체계를 수립하는 본질주
의 기획을 비판하고 해체‧치유하는 통찰이 되고, ‘조照‧존存‧묘유妙有’는 조건
에 따라 발생하는 연기緣起적 현상으로 보아 ‘차이 현상들의 사실 그대로/있는 그
대로’를 드러내는 통찰이 된다. 그리고 성철이 주목하는 ‘중도가 지닌 화쟁의 힘’
은, 차이들이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 이해되고 평가받아 부당한 차별에서 벗
어나게 하는 문제 해결력이고, 차이들이 상호 개방적으로 만나 호혜적 관계를 가
꾸어가게 하는 힘이며, 본질주의에 수반하는 상호 배제적 다툼과 불화를 합리적
으로 조정하고 화해시킬 수 있는 힘이다. 이런 독법으로 다음과 같은 성철의 중
도관을 읽으면, 그의 통찰이 일상세계의 구체적 문제 해결력으로 생생하게 다가
온다.
“쌍민은 양쪽이 다 없어졌다는 말이고, 쌍존은 양쪽이 다 있다는 뜻입니
다. 쌍민쌍존도 쌍차쌍조와 같은 말입니다. 양쪽이 완전히 없어지면 양
쪽이 완전히 드러나는데, 드러나면 생멸하는 양변이 완전히 없어져 불생
불멸의 절대적인 양변이 성립됩니다. 즉, 전체가 부정이 되면 결국 전체
가 긍정이 되는 것입니다. 쌍존이나 쌍조는 두 개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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