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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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제시하는 ‘비유비무非有非無’ ‘역유역무亦有亦無’는 <차이 현상들의 존재는 ‘조
건들이 있으면 발생하는 가변적 현상’이고, 차이 현상들의 비非존재도 ‘조건들이
있으면 발생하는 가변적 현상’이다>라고 읽을 수 있다.
어떤 존재나 현상이 항상 같은 내용으로 존재한다는 ‘상주론적 유有 관념’과,
이 관념의 이면이자 동반자인, 아무것도 없다는 ‘허무주의적 무無 관념’은, 짝을
이루는 두 가지 잘못된 견해‧사유의 근본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이 붓다와
불교의 중도법설이다. 그리고 이 중도법설의 근거는 ‘모든 현상은 조건인과적 발
생’이라는 연기緣起의 도리이다. ‘상주‧불변하는 있음’(有)과 ‘허무의 없음’(無)은
연기緣起의 이법으로 볼 때 존재와 현상의 ‘사실 그대로’ 혹은 ‘있는 그대로’가 아
니다. 그래서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는 비유비무非有非無라고 지칭할 수 있는
현상이며 이것을 중도라고 한다. 모든 유형의 본질·절대·실체주의적 사유(常住論,
有論)와 허무주의적 사유(斷滅論, 無論)는 현상과 존재의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
를 놓치는 ‘치우친 견해’(邊見)이며, 모든 것을 조건인과적 발생으로 보는 연기緣
起의 사유는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를 직시하는 것으로서 중도에 해당한다.
이 중도의 지평에서는 ‘조건에 따라 생겨나는/생겨난 현상’(有)이나 ‘조건에 따
라 사라지는/사라진 현상’(無)이 모두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이다. 그래서 역
유역무亦有亦無라 부를 수 있다. 유有와 무無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비유
비무非有非無 맥락에서의 ‘유有와 무無’는 ‘상주‧불변하는 있음’(有)과 ‘허무의 없
음’(無)을 지시하고, 역유역무亦有亦無 맥락에서의 ‘유有와 무無’는 ‘조건에 따라 생
겨나는/생겨난 현상’(有)이나 ‘조건에 따라 사라지는/사라진 현상’(無)을 지시한
다. 또한 비유비무非有非無는 ‘상주‧불변하는 있음’(有)과 ‘허무의 없음’(無)이 ‘사실
그대로/있는 그대로’가 아니므로 모두 부정한다는 점에서 쌍차雙遮‧쌍민雙泯‧
진공眞空의 맥락에 해당하고, ‘조건에 따라 생겨나는/생겨난 현상’(有)이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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