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P. 79
붓다가 육근수호 법설을 ‘전체적 특징‧차이’(相)와 ‘부분적 특징‧차이’(細相)에
대한 언급에서 시작하는 것은 <인간의 경험을 발생시키는 조건들은 그 최초지점
에서부터 특징‧차이들이다>라는 통찰 때문이다.
‘대상의 특징‧차이들에 대한 인간의 반응양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첫
번째는 생물적 방식이다. ‘감관능력에 이미 새겨져 있는 방식’에 의존하여 조건
반응 하듯 대상의 특징‧차이에 응하는 본능적 방식이며, ‘대상의 특징‧차이를
움켜쥐듯 취하는 방식’의 생물적 유형이다. 두 번째는 언어적 방식이다. 언어적
인지력에 의해 추가된 방식이다. 그런데 이 언어적 방식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
다. 하나는 ‘언어로 분류한 특징‧차이들에 동일성을 부여하면서 그 특징‧차이
에 응하는 방식’이다. ‘대상의 특징‧차이를 움켜쥐듯 취하는 방식’의 인간적 유
형이다. 다른 하나는 ‘언어에 의거하여 특징‧차이들을 처리하면서도 동일성을
부여하지 않고 그 특징‧차이에 응하는 방식’이다. 언어능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고도화시킨 방식이다. 이것은 비非본능적 방식일 뿐 아니라 ‘대상의 특징‧차이
를 움켜쥐듯 취하는 방식’도 아니다. 육근수호 법설에서 붓다가 권유하는 ‘대상
의 특징‧차이를 움켜쥐지 않는 방식’이다.
<‘언어에 담긴 차이들’(개념)에 의거한 개념적 욕망>과 <‘언어에 담긴 차이들의
비교’에 의거한 비교우위를 향한 욕망> 그리고 <재인지의 대상이나 재인지 주체
에 동일성을 부여하여 발생시킨 ‘동일‧불변‧독자의 실체 관념’>이 상호 결합
하고 상호 작용하는 것이, 탐욕‧분노‧무지의 전개양상이다. 언어 인간의 행보
는 이 ‘탐욕‧분노‧무지의 길’을 넓혀 왔고 또 질주해 왔다. 배제를 속성으로 하
는 ‘개념적 욕망’, 무한히 증폭하는 ‘비교우위를 향한 욕망’, ‘동일‧불변‧독자
의 자아 관념’을 자기보존의 힘으로 삼아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추구해 왔다. 그
리고 이 힘을 본능처럼 내면화시켜 왔다. 또 특징‧차이들을 이 힘의 유지와 강
화를 위한 조건으로 삼아 왔다. 따라서 인간이 감관능력(六根)을 통해 특징‧차이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