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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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섭하면서도 변화의 근원적 계기를 제공하는 그 어떤 작용력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작용력은 없던 이해를 수립하거나 유지시키거나 수정‧보완‧교체하는
모든 과정에서 작용하는 근원적 조건이다.
필자는 이 ‘근원적 작용력과 이해의 상호관계와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범주의
사유현상을 ‘마음’이라고 본다. 달리 말하면, ‘이해 사유’와 ‘재인지 사유’를 모두
품은 사유현상을 ‘마음’이라 부를 수 있으며, 마음의 내용은 이해 사유와 재인지
사유가 상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진다. 마음은 <이해 사유와 재
인지 사유가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닌 관계’로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
는 ‘사유의 장場’>이다. 이러한 ‘마음’을 다루는 방식은 불교 전통 속에서 두 유형
으로 나타난다. 광의廣義의 유형과 협의狹義의 유형이 그것이다. ‘이해 사유’와 ‘재
인지 사유’를 모두 포괄하여 마음으로 간주하는 것은 광의의 유형이고, ‘재인지
사유의 창발적 구성력’에 초점을 맞추어 마음을 거론하는 것은 협의의 유형이다.
불교해석학/교학과 수행론의 계보 속에는 마음에 대한 이러한 두 유형의 시선이
공존한다. 정지正知를 핵심 행법으로 삼는 붓다의 선법禪法, 불교 통찰의 계보에
서 거론되는 마음의 문제, 원효의 일심, 선종의 선관禪觀을 구성하고 있는 직지인
심直指人心의 마음 및 돈오頓悟‧간화선看話禪을 탐구하고 설명하려면, 이 두 유형
의 ‘마음 이해’를 동시에 읽어야 한다.
‘이해와 마음의 차이와 상호관계’에 대한 성찰이 부실하면 마음을 둘러싼 부
적절한 상상들이 활개를 친다. 마음을 변화‧차이‧언어‧욕구 이면이나 너머에
거주하는 궁극실재로 보려는 상상들인데, 필자는 이러한 상상들을 통틀어 ‘마음
신비주의’라 불러본다. ‘마음 신비주의’는 모든 유형의 신비주의 사유가 공유하는
상상인데, 대부분 마음 안에 ‘불변‧동일‧절대의 궁극실재’를 안치한다. 이 ‘마
음 신비주의’는 불교 교학의 형성이나 교학에 대한 이해에도 개입하고 있는데,
특히 진심‧여래장‧자성청정심‧일심‧진여심 같은 대승불교의 긍정형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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