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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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해로 차이들을 읽어내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력이나 구성물의 내용이
결정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한 이후, 인간의 관심과 노력은 ‘이해의 수립과
선택’에 집중되었다. 그에 수반하여 이해하는 능력, 새로운 이해 수립의 능력, 이
해 선택의 능력, 이해 설득의 능력, 이해 비판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제
도가 국가적 지원 아래 발달하였다. ‘이해 능력’ 여하에 따라 개인과 집단, 사회
와 국가의 이익과 손해, 승패와 흥망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해의 힘과 역할은 막강하다.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 있다. ‘이해는
만들어지는 것이고, 수정‧교체‧폐기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달리 말해, <이해
는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모든 이해는 바뀌어 왔다. 지속적으로 전승
되는 견해라 할지라도 그 내용은 전승자들에 의해 여러 수준과 방식으로 변해 왔
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야 한다. 이해의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
가? 이해를 변화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이해 스스로 다른 이해로 변신해 가는 능
력을 지닌 것이라 볼 수는 없다. 한 이해가 다른 이해(들)을 만날 때 변하곤 한다.
그러나 다른 이해들과의 접속이 이해 변화의 충분한 조건이라 할 수는 없다. 어
떤 사람은 다른 이해를 만날 때 다른 이해를 수용하여 자신의 이해를 버리거나
수정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기 이해를 고수하기도 한다. 자기 견해의 수정이나
폐기 내지 교체에 개방적인 사람도 있고, 견해의 변화에 인색하거나 폐쇄적인 사
람도 있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려면, 이해의 변화에 개입하는 어떤 능력이 인간
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학습, 성찰, 환경의 영향, 다른 이해들과의 만
남, 경험 등도 이해를 변화시키는 조건들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의 자극이나
영향은 이해 변화의 계기나 간접 조건은 되지만, 변화에 관여하는 근원적‧최종
적 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해 변화의 간접 조건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사람마
다 편차도 있다. 그러나 이해의 변화를 설명하려면 모든 간접 조건들의 영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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