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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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법설과 후학들의 해석학 및 수행론을 이렇게 읽으면, 놓쳤던 의미와 내용
들이 새롭게 살아난다. 이른 바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은 ‘이해 바꾸기 방법
론’으로 종합체계로 볼 수 있다. 좋은 이해, 사실에 맞는 이해, 그래서 더 나은 이
로움을 발생시키는 이해의 확보가 궁극적으로 중요하기에, ‘이해 자체’보다는 더
수승한 이해를 수립하기 위해 ‘이해들을 보완하고 수정하며 바꾸는 능력과 방법’
의 계발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붓다가 제시하는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은
이 문제에 대한 응답이다. ‘행위선택을 통해 이해를 바꾸어가는 방법론’(계학)과 ‘바
른 이해에 기대어 잘못된 이해를 바꾸어가는 방법론’(혜학) 및 ‘마음의 힘에 기대
어 어떤 이해에도 갇히지 않으면서 이해를 가꾸어가는 방법론’(정학)의 상호인과
적 종합체계인 삼학三學은, ‘이해가 인간존재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불
교적 대응이다.
‘혜학 방법론’은 ‘이해 사유’가 지닌 ‘내용규정의 힘’과 ‘재인지 사유’가 지닌 ‘선
택 작용’을 결합시켜야 성공할 수 있는데, 특히 재인지 사유의 ‘선택작용의 능력’
을 얼마나 의도적으로 향상시켜 활용하는가에 따라 혜학의 성공 정도가 결정된
다. 이에 비해 정학에서는 재인지 사유의 면모 가운데 ‘빠져들지 않고 만나게 하
는 능력’ ‘갇히지 않고 접속하게 하는 능력’ ‘붙들려 매이지 않고 관계 맺게 하는
능력’에 초점을 둔다. 정학/선 수행의 초점과 내용은, ‘대상에 대한 집중’이 아니
라, 이미 자리 잡아 안정화된 그 어떤 이해들이나 그 이해에 의거한 욕구‧행동‧
정서들도 ‘붙들어 빠져들지 않는 마음자리’ ‘매여 갇히지 않는 재인지 자리’를 스
스로 확보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데 있다. 또한 그 ‘붙들지 않고 갇히지 않아 빠
져나온 자리’에서 그 대상들과 접속하고 관계 맺어 조정할 수 있는 힘, 그 어떤 이
해체계에도 매이거나 갇히지 않으면서 더 좋은 내용을 수립하고 선택하며 고쳐
가는 자유의 힘을 키우는 노력이 정학/선 수행이다. 그러므로 선정수행으로 얻
는 힘은, ‘집중력의 유지로 동요하지 않을 수 있는 실력’이 아니라, ‘그 어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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