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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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 대한 이해나 선종의 ‘마음 깨달음’을 보는 시선에서 흔히 목격된다. ‘마음 신
             비주의’는 붓다 법설에 대한 이해를 왜곡시키는 치명적 장애물로서, 붓다의 깨달

             음을 인도 우파니샤드 사유전통의 신비주의가 상상하는 깨달음으로 치환시켜 버
             린다. 붓다가 근원적으로 비판‧해체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우파니샤드 사

             유로 붓다를 재편입시키는 작업이 불교 내‧외부에서 공공연하게 진행된다. 이
             러한 부당한 작업을 제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성의 힘은 ‘이해와 마음의 차

             이와 상호관계’에 대한 성찰에서 발생한다.



                  ‘이해와 마음의 차이와 상호관계’에 대한 필자의 소견을 요약하면 다음
                  과 같다. 46)



               ‘이해’는 ‘의미를 파악하는 인간의 현상’에 붙여지는 말이다. 인간이 파악하는

             의미는 ‘언어적‧기호적‧추상적 기준들과 논리‧이론을 갖춘 견해‧관점으로
             짜인 이해의 그물을 통과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법칙적 현상’이다. 이해는 인

             간 경험의 특이성을 결정하는 근원적 조건이다. 또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괄호
             치듯 대상화시켜 재인지하는 능력을 지녔다. 경험하는/경험된 모든 것들뿐 아니

             라 관찰자 자신마저도 대상화시키는 ‘재인지 능력’은, 주/객관의 모든 경험들에
             갇히거나 매이지 않을 수 있는 ‘거리’를 발생시킨다. 이 거리 발생은 물리적 거리

             의 발생이 아니다. 인지 범주 안에서 ‘재인지를 가능케 하는 좌표의 발생’을 의미
             한다. ‘괄호 치듯 대상화시켜 놓고 재검토할 수 있는 좌표로 끊임없이 미끄러지

             듯 옮겨갈 수 있는 능력’이 ‘재인지 능력’이다. 인간은 이 재인지 능력이 고도화




             46)  「이해와 마음 - 원효와 붓다의 대화(Ⅰ)」과 「차이(相)들의 ‘상호 개방’(通)과 ‘상호 수용’(攝) - 『금강삼매경론』과 차
                이 통섭의 철학: 원효와 붓다의 대화(Ⅱ)」에서 개진한 내용을 요약하거나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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