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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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욕구‧감정‧행동도 붙들지 않고 빠져나오는 자리를 확보하여 그 자리에 관
             계 맺으면서 더 좋은 이해‧욕구‧감정‧행동을 선택하고 수립하는 힘’이다.



               정학/선 수행에서 성취한 능력을 토대로 밝아진 ‘궁극적 지혜/이해’(明知, 解脫
             知見)는 ‘지고至高의 내용을 지닌 확정적 이해’가 아니다. 또한 ‘아무리 수승한 내

             용을 지닌 이해현상일지라도 붙들거나 매이지 않을 수 있는 자리/지평’은 ‘불변
             의 확정적 좌표’가 아니다. 그 자리/지평은 ‘가변적인 이해들’에 기대어 그것들

             을 조건 삼아 발생하기에, 그 자신도 ‘가변적‧역동적으로 발현하는 자리/지평’
             이다. ‘그 어떤 이해‧욕망‧느낌‧행위도 붙들지 않고 갇히지 않으며 매이지 않

             는 자리’도 역동적으로 발현하는 것이고,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이해 현상인 ‘궁
             극적 지혜/이해’(明知, 解脫知見)도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것이며, 그 자리에서 누리

             는 ‘자유와 평안의 지복至福’, 그 파도타기의 유희 현상도 역시 역동적이다. 이 ‘역
             동적 현상’을 ‘지속적’으로 간수해 가는 것이 깨달음의 궁극이라고 본다.




               역동적 변화 현상이 어떻게 지속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동일성을 유
             지해야 안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은 경험세

             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감관능력으로 지각하는 경험세계 현상 그 어디에
             도 ‘동일성의 지속’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속적 안정성을 경험할

             수 있다. ‘변화와 관계 속에 펼쳐지는 일련의 인과계열 현상에 대한 통합적 자각’
             을 유지하면서 ‘지속적 안정성’을 경험한다. 예컨대, 걷고 있는 현상을 ‘알면서 걷

             고 있는 인지’를 ‘자각적 선택’으로 유지해 갈 수 있다. 그런 국면을 유지하는 동
             안은 ‘지속적 안정’을 경험한다. 이때 이 ‘지속적 안정의 경험’을 발생시키는 조

             건들은 모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조건들, 그리고 그것들에 의
             해 발생하는 변화하는 현상들 속에서, 우리는 ‘지속적 안정’을 경험한다. 이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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