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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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경험 범주에서 검증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 ‘자각적 선택 국면’을 얼마나 지
          속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개인별 편차가 발생한다. 인간의 가능성을 토대로,
          의지와 노력에 따른 성취에 의거하여, 그 지속능력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붓다의 경우는 상상하는 것 이상의 수준이나 지평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만약 붓다의 경지를 ‘동일성이 영속되는 궁극실재와 하나

          가 되어 해탈이라는 지복至福 상태를 지속시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은 적어도 붓다 법설에서는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다. 또 선사의 깨달음이나

          ‘오매일여寤寐一如의 경지’를 그런 경지라고 본다면, 우파니샤드 아트만사상의 변

          주일 뿐 불교적 정체성은 상실한다.


           ‘변화하는 차이현상들과 접속한 채, 자신도 변하면서 자유와 평안의 유희를 누

          리는 길’, 그 길에서의 자유와 평안을, ‘파도타기’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

          주체도 변하고 경험 대상도 변하면서 양자의 관계에서 주체가 평안과 자유를 누
          릴 수 있는 것은, 마치 파도를 타고 즐기는 서핑(surfing)과도 같다. 부침하고 생멸

          하는 파도에 서핑하는 사람(주체)이 파도에 빠지지 않으려면, 변화하는 파도에 맞
          추어 끊임없이 자신의 몸과 정신 상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서핑 능력자는, 자신

          도 변하면서, 변하는 파도와 접속한 채 자유와 평온의 유희를 즐긴다. 부침하고
          변하는 파도에서 떠나지도 않고 파도에 빠져들지도 않으며, 파도와의 만남과 헤

          어짐을 동시에 이루어내면서, 역동하는 파도를 타고 자유와 즐거움과 평안을 누
          리는 실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는 ‘파도가 그쳐 잔잔한 상태’나 ‘파도에서 아

          예 떠난 평온’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보여주는 ‘파도를 타고 가면서도 파도
          에 빠져들지 않아 자유와 평안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능력’, ‘파도 그대로와 만

          나면서도 파도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여 파도에 빠지지 않는 능력’은, 깨달은 자
          의 능력과 흡사하다. 생멸 변화하는 파도와 같은 세계에 몸담을 수밖에 없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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