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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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파도를 떠나면 삶도 없어지는 인간. - 그런 인간이 세계 속에서 추구하고 또
             누릴 수 있는 안락은, ‘파도타기의 능력’이고 ‘파도 타고 노는 유희’이다.



               <현상의 특징이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면밀히 관찰하는 알아차림’이 정지正

             知의 의미이자 수행법이다>라는 것이, 육근수호가 설하는 정념의 정지를 이해하
             는 일반화된 시선이다. 관찰하려는 특징이나 속성 내지 수행기법 등에서 약간의

             편차를 보이지만, 지금까지도 구도자나 학자들의 이해를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관점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는 정학의 핵심인 정념 수행마저도 이해수행(위

             빠사나 행법)으로 치환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붓다는 ‘풀려나는 수행법’(해탈 수행)에
             대해 ‘이해로써 이해 바꾸기’ 방식만을 설하는 셈이 된다. 정학/선정 수행을 ‘대

             상 집중’으로 간주하는 사람이라면 거기다가 ‘집중수행’을 추가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그런 방식으로 충분할까? 그렇다면 철학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가동

             해온 ‘새로운 이해를 수립하여 묵은 이해를 대체하는 방식’은 위빠사나 행법과
             얼마나 다른 것일까? 위빠사나 이해수행만이 해탈에 유효하다는 근거는 무엇일

             까?


               필자는 붓다의 모든 법설을 위빠사나 류類의 이해 행법으로 치환해버리는 시
             선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지正知는,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여 특징을 ‘이해’하는데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동작‧느낌‧마음상태‧이해 등 모든 경험 현상을 ‘괄

             호치고 알아차려 그것에 갇히거나 매이지 않고 빠져나오는 마음자리’에 눈뜨게

             하는데 초점이 있다고 본다. 그 ‘빠져나오는 마음자리’에 눈 떠 그 자리로 옮아간
             후, 그 자리에서 경험 현상들을 만나는 힘을 키우게 하는 방법론적 매개가 정지正

             知의 ‘알아차림’이다. 그래서 필자는 ‘sampajānāti’를 <모든 것을 앞세우듯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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