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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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알아차린다>라고 번역한다.
‘모든 이해에 갇히지 않고 빠져나온 국면/자리에서 이해들과 접속하여 성찰하
고 조정하며 수립할 수 있는 근원적‧전면적‧자율적 능력’의 계발과 확보를 위
한 방법 - 그것을 붓다는 정학/선정 수행으로 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핵심은 정지(正知, sampajānāti) 행법이며, 이것은 ‘모든 심신 현상을 괄호 치듯 묶
어 그것을 재인지함으로써 그것들에서 빠져나오는 국면/자리를 일깨워 간수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육근수호의 법설은 이러한 의미의 정지 행법을 육근을 수
호하는 방법으로 설하고 있다. 정지正知 행법을 마음 행법이라 불러 본다면, ‘이
해 행법’(慧學)과 ‘마음 행법’(定學)이 어울려 상호작용하고, 거기에 ‘행동 행법’(戒學)
이 가세할 때, 비로소 ‘근원적 자유’(해탈)와 ‘근원적 안식’(열반)을 경험 가능한 목
표로 추구할 수 있다. ‘접속하면서도 붙들지 않는 자리에서, 사실에 맞고 이로운
이해를 역동적으로 수립하여 굴려 가는 이해 지평’, ‘자유의 유희와 평안의 안식
이 이해와 맞물려 구현되는 지평’, 그 ‘궁극적 지혜/이해’(明知, 解脫知見)를, 향상의
최종 목적지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보면, 연기‧중도에 대한 이해를 체득하는 방법론이 분명해진다.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이 ‘이해 바꾸기 방법론’으로 종합체계이므로, 중도 체
득의 방법론을 포괄적으로 말하면 ‘계‧정‧혜 삼학’이다. 그런데 이 글은 붓다
선관禪觀의 핵심인 정지正知(sampajānāti)와 원효의 일심一心 및 성철의 간화선看話
禪과의 상호접속 가능성을 주목하기 위한 논의이다. 그런 점에서 붓다가 설하는
47) ‘sampajānāti’를 이렇게 번역하는 것은 낯설게 보일 것이다. 『청정도론』을 비롯한 남방논서들의 관점이나 학
계에서 통용되는 이해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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