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 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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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하는 근거’(여래장如來藏으로서의 일심一心)이자 ‘향상변화의 목적지’이다. 원효
의 모든 통찰과 언어는 이 출발지와 도착지 및 그 과정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중심축은 ‘[사실대로] 이해하는 수행’(觀行)이다. 이 관행觀
行의 요점을 『금강삼매경론』에서는 ‘한 맛[처럼 서로 통하는] 이해와 [그 이해에 의거한]
수행’(一味觀行)의 문제로 종합하고 있다.
원효는 ‘[사실대로] 이해하는 수행’(觀行)을 크게 유형으로 분류한다. 하나는 ‘수
단이 되는 이해수행’인 방편관方便觀이고, 다른 하나는 ‘온전한/본격적인 이해수
행’인 정관正觀이다. 자리행과 이타행을 하나로 결합시킬 수 있는 관행이면 ‘온전
한/본격적인 이해수행’(正觀)이며, 그렇지 못하면 그런 경지에 접근하기 위해 ‘수
단이 되는 이해수행’(方便觀)이라 구분하기도 한다. 정관은 ‘참된 이해수행’(眞觀)이
라고도 하는데 진여문(眞如門, 참 그대로와 만나는 측면)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정관에
의해서이다. 방편관은 자아를 포함한 대상들에 대한 실체관념(相)의 제거를 겨냥
하는 것이고, 정관은 대상들에 대한 실체관념뿐 아니라 ‘실체관념을 제거하는 마
음(能取) 자체에 대한 실체관념’마저 제거하는 것이다.
또한 정관正觀/진관眞觀은 ‘[빠져들지 않고] 그침’(止)과 ‘[사실대로] 이해함’(觀)을 하
나의 지평에서 융합적으로 펼쳐가는 수행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의 지각 경험에
서 모든 현상은] 오로지 마음[에 의한 구성]일 뿐 [마음과 무관한] 독자적 객관대상은 없
다>(唯識無境)는 유식의 이해를 기반으로 ‘그침’(止) 국면과 ‘살핌/이해’(觀) 국면을
동시적으로 펼쳐가는 수행이다. 이것을 ‘그침과 이해를 동同근원적으로 함께 굴
림’(止觀雙運)이라 부른다. 이러한 정관正觀에 의거하여 ‘사실 그대로/참 그대로’(眞
如)에 직접 접속하게 되고, 마침내 <‘비로소 깨달아감’(始覺)의 내용이 바로 ‘깨달
음의 본연’(本覺)>이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는 ‘하나처럼 통하는/통하게 하는 깨달
음’(一覺)의 지평에 올라선다. 이후의 과제는 ‘깨달음의 본연’(本覺)과 통하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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