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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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가르치는 것이 정진불교다. 자타 일체의 고통을 멸하는 근거가 되는 계
율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불타는 계율이 법신이며, 불체佛體임을 직
간접으로 보여주었다. 계행이 없으면 법신도 불체도 없으며 불교도 없다.
그는 계율이야말로 불교의 맥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가 젊어서부터 실
천했던 계율 수지가 자신의 평생을 일관되게 이끌었던 것이다. 불교인들,
특히 출가자들이 갖은 유혹에 넘어가고, 마침내 불교 교단이 위태로운 것
은 계율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어느 시대나 기성교단의 쇠퇴는
이 계율정신의 쇠퇴로부터 시작된다. 그가 일본의 현실에서 본 것은 결혼
과 육식이 완전히 풀린 모습이었다. 사원에 있으면서 5계마저 지키는 사람
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출가라고도 재가라고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따라서 그는 재가불교의 역사를 따져본 후, 이를 ‘가행加行 승가’와 ‘실
행實行 승가’로 나누고 있다. 전자는 재가불교도로서 불타와 정법과 승가의
감화를 받아 귀의하는 자를 말한다. 후자는 5계를 서수誓受하고 실천하는
우바새, 우바이를 말한다. 각자의 직업도 가진 채로 귀의삼보 위에 5계를
견지하는 자인 것이다. 이러한 길을 걷는 불교도는 경험지經驗智와 수행
지修行智에 의해 만나는 사람들을 화도化度할 수 있다. 이들이야말로 실제
로 보살위에 오른 사람들이다.
인도, 네팔, 티베트 등을 순례하며 그는 근대 불교의 활로를 찾았다. 원
전에 대한 강렬한 열망은 결국 불교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
쩌면 대승 최고의 발전 단계에 놓인 티베트 불교는 그 열망을 충족시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날 출가와 재가의 벽이 무너지고, 세계 구제를 위
한 불교 역할의 요구가 증대되는 현실에서 가와구치의 혜안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미 불교는 스스로 진화하여 그러한 길을 가고 있다. 불교가 인
류 구제의 마지막 등불임은 그 누구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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