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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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 선사상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억  무념  무망’의 ‘삼구어’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삼구어를 ‘계·정·혜’에 배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 가
          운데 ‘무념’은 명확하게 ‘염불기念不起’와 연계시켜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또한 말한다. ‘염불기念不起는 마치 거울의 표면이 능히 만상을 비
              추는 것과 같으며, 염기念起는 거울의 뒷면이 아무것도 비추지 못

              하는 것과 같다.’ 또한 말한다. ‘모름지기 기(起, 念起)와 멸(滅, 念滅)
              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이에 간단間斷이 없으면 바로 부처를 보

              는 것이다.’ …… 또한 『기신론起信論』에서 ‘심진여문心眞如門과 심생
              멸문心生滅門이 있다.’고 하는데, ‘무념無念이 ‘진여문’이고 유념有念이
              ‘생멸문’이다.” 21)




           이로부터 무상이 설한 ‘무념’은 ‘염불기’의 과정을 통하여 ‘무념’에 도달하
          는 경지이며, 또한 명확하게 『기신론』의 ‘일심이문’을 원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상의 틀은 바로 앞에서 논한 신수의 북종선을 떠올리

          게 한다. 이러한 까닭에 종밀은 신수의 북종선과 무상의 정중종, 선습의

          남산염불선종 등을 모두 ‘식망수심종’으로 분류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염불기’와 ‘무념’은 홍인의 『최상승론』을 비롯하여 신수의 『대승무생
          방편문』과 혜능의 『육조단경』, 그리고 하택 신회의 『신회어록』 등에서 모두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의하여야 할 것은 같은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여 동일한 사상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하택 신회나



          21)  『歷代法寶記』(大正藏51, 185a) “又云: 念不起猶如鏡面, 能照萬像. 念起猶如鏡背, 卽不能照見. 又云: 須分
            明知起知滅, 此不間斷, 卽是見佛. …… 又起信論云: 心眞如門  心生滅門. 無念卽是眞如門, 有念卽生
            滅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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