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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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르쳐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모시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순전히
나 자신, 내 가족의 명 빌고, 복 빌고, 남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다, 이리
되면 부처님 말씀은 꿈에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 아주 좋은 법문입니다. 간디의 저서를 보면 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주어서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스스로 옷을 사 입을
수 있도록 일거리를 주자는 것입니다. 이것도 스님께서 방금 말씀하신 불공의
의미하고도 연관이 될 것 같습니다.
“일거리를 주는 그것도 좋은데, 헐벗은 부처님 중에는 혹 게으른 부처님
도 있다고 봅니다. 혹자는 그런 사람도 일하게 해줘야 되느냐 하는데, 물
론 그래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야 합니다.
흔히 보면 ‘용서한다, 용서한다.’고 말하는데, 우리 불교의 근본에는 ‘용
서’란 없습니다. 용서란 내가 잘하고 남이 잘못했다는 것인데,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는 것이며,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남의 인격을 근본적으로 모독
하는 것입니다. 설사 어떤 사람이 칼로 나를 찌른다 할지라도 근본책임은
나한테 있다 이겁니다. 그러므로 내가 ‘참회’해야지 그 사람을 ‘용서’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 불교사전에서는 ‘용서’라는 말을 빼야 한다고 늘 말
합니다.”
✽ 제가 출가해서 얼마 안 되었을 때입니다. 전국승려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적
이 있습니다. 승려대회의 목적은, 그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재출마간청’ 궐기
대회였습니다. 그 이래로 낱낱의 예를 들출 것 없이 한국 불교교단은 정치권
력 앞에 너무 나약하게 처신해 왔다고 생각됩니다. 스님께서는 종단의 최고
지도자로서, 정치권력과 종교는 어떤 관계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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