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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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남의 말 하기는 안됐습니다만, 미국에 가 있는 일본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불교를 포교하느냐 하면, 먼저 견성을 시켜놓고 참선을 하게 한다
고 합니다. 즉 ‘무無’자 화두를 가르쳐 주고서 ‘무’라고 말할 줄 알면 견성했
다고 하여 ‘견성단’이라고 따로 푯말을 세워 둔 곳에 앉힙니다. 견성하기 위
해 참선을 하는 것인데, 이미 견성을 해버리고 난 뒤에 참선을 하는 것이
니, 그 사람이 무슨 공부를 해서 무슨 견성을 하겠습니까.
이래서는 불교의 생명이 완전히 파멸될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날이 갈
수록 그 피해가 심해져, 결국에는 견성이 없어져 버리고 성불이 없어져 버
린 것입니다. 그래서 비록 능력이 없는 사람이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끝
에 앞으로 불교 장래를 위해서는 ‘표준’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불고조古佛古祖들은 어떻게 공부해서 어떻게 견성했는가, 어떤 말씀을
했는가, 그러한 법문들을 여러 곳에서 모으고 구체적인 실례를 들었습니
다. ‘견성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내 개인적인 생
각이 아니라 견성에 대한 표준인 고불고조의 기본 사상을 소개해서, 앞으
로 견성성불에 대해 혼란이 안 오고 파멸이 안 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런 책을 내봤습니다. 사실은 부끄럽습니다.”
✽ 이번 『선문정로』의 출판을 통해서 우리나라 선문의 바른 길이 열렸으면 합
니다. 기왕 그렇게 출판을 통해서 스님의 뜻을 세상에 펼치게 되면, 앞으로도
혹시 그런 법문 등을 출판할 계획은 없으신지요?
“『선문정로』는 옛 조사스님들의 기본 사상체계를 소개한 것입니다. 그보
다도 옛 스님들의 참으로 밝은 법문들이 많아요. 고불고조의 공안公案에
대한 법문들인데, 참으로 어렵습니다. 내가 산중의 방장으로 있으면서 예
전 스님들의 그런 법문에 대해 법문을 해서 모아 둔 것이 있습니다. 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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