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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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야 안 도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직업의식이니 물질 위주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학문도 여기에서 그 방향을 세우고 모든 기
술 습득도 여기에서 습득해야 합니다. 인간이 기술의 신봉자가 되고 물질
의 노예가 되어 버리면 자살이 되어 버립니다. 자기 죽으면 무슨 소용 있습
니까. 그러니 인간 자신의 존엄성부터 복구시켜 놓고 보면, 참으로 남을 존
경하고 남을 돕는 그런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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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불교교단은 일찍이 없었던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승단의 많은 인
사들이 사회 정화의 차원에서 제재를 받은 일이 있어 한동안 낯을 들고 다니
기가 민망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도 종단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불국사나 월정사 등에서 물의가 일어난 것도 그 한 예가 아니겠습니까.
스님께서는 오늘의 우리 불교교단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우리 불교에 대해 항상 걱정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소한 파동보다
도 근본적으로 볼 때 우리 불교가 일반 사회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낙후되
어 있는 현실입니다. 그것을 면하려면 불교인의 자질 향상부터 시켜야 하
며, 그것은 도제 교육이 가장 기본 조건입니다.
어느 단체든지 그 장래는 2세 교육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불교계도 자
질이 저하되는 것이 사실인데, 자꾸 낙후되다 보면 나중에는 탈락하고 맙
니다. 존재하지 못하지요. 이대로 나가다가는 결국 탈락 현상이 오지 않을
까 걱정됩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힘을 다하여 승려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봅니다. 남의 단체를 굳이 말할 것은 없지만, 예수교 같은 곳은 정
규 대학이 32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불교는 지금 현재 대학이라
4) 1980년 10월 27일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10.27 법난을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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