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고경 - 2021년 8월호 Vol.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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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하려면 의식주가 근본인데 나는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부자 모습은 안
             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광목 옷, 여름에는 삼베 옷, 그걸 벗어난 적이 없습
             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고, 내 나이 70이니 얼마나 살지는 몰라도 입

             던 것 또 기워 입고, 몸만 가리면 되니까. 요즘은 삼베가 비싸다고들 하지

             만, 예전엔 삼베, 광목이 제일 검소하니 그걸 택한 것이지요. 그 다음은 먹
             는 문제인데, 사람이 안 먹으면 못 살지요. 그래도 음식에 먹히면 안 되겠
             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첫째 적게 먹고, 둘째 맛있는 것은 안 먹고, 간 없

             애 버리고, 깨소금, 고춧가루 그런 거 다 없이 맨 음식 그대로 먹은 지 수

             십 년 됐습니다.
               전에는 또 생식生食을 했었지요. 그때는 쌀가루하고 채소 한 가지로 한
             10년 동안 했더니 나중에는 영양실조가 되고 이가 솟아올라 건강에 지장

             이 있었어요. 그래도 좋은 옷 안 입고, 좋은 음식 안 먹는다, 이것은 무엇

             이냐 하면 참으로 수도를 하려면 최저의 생활로 최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는 그런 생활방침입니다.
               그리고 사는 곳도 화려하게 안삽니다. 조그만 암자나 토굴에서 산단 말

             입니다. 큰절에서 안사는 것도 조용한 데 있고자 하는 뜻도 있지만 그저

             평생 토굴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백련암에 와 보고 신도들이 왜 단청을 안
             하느냐고 묻지요.
               나는 단청한 집에는 안 살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노스님 한 분이 단청하

             면 집이 오래 간다고 하더군요. 좋은 말씀이지만 20년 갈 집이 한 10년밖에

             안 간다 해도, 난 단청 안 하고 10년 가는 집에서 살겠어요. 단청해서 근본
             정신은 썩어 버리지 않느냐 말이여. 정신은 썩고 집만 살면 뭐 하겠습니까.
             집은 썩더라도 ‘정신’이 살아야지. 그렇게 한번 정한 ‘최저의 생활에서 최고

             의 노력을 하자’는 선을 그어 놓고, 그 선 그은 것은 잘 변경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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