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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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차맛 즐길 때
깨어나는 마음 멈출 수 없어
마음 그릇에 가득 찬 갖가지 상념들
앞 다투어 허공 속으로 도망가니
구름 밟고 날아갈 듯 가쁜
돌사람 차맛 보네.
차맛 변화 알기 4)
차맛 변화의 앎은 선禪의 맛을 감지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 가지 장애들
을 없애 준다. 차맛의 변화 속에 순간순간 달라지는 맛을 포착하여 알아
차리면, 차맛과 알아차리는 앎이 일치하기 때문에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소음이 차맛 보는 마음에 비집고 들어가지 못하여 방해하지 못한다. 또 속
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생각들도 역시 방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소음과 생
각은 그대로 두어도 저절로 사라짐을 알게 된다.
이렇게 정진하여 차맛이 선禪맛으로 자연스럽게 체험되면 주관과 객관
이 사라져 맛보는 주체와 맛이라는 대상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모든 것이
상호의존, 상호관통하여 평등해진 하나의 맛으로 나타난다. 차맛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감지된 맛의 성질이 공空함을 체험하면 차맛의 이미
지가 진실이 아닌 환幻이며, 아침이슬이나 거품같이 실체가 없음을 알고
비로소 마음이 망상妄想의 잠에서 깨어난다.
차맛의 본성이 무미의 한 가지 맛으로 무자성 공空임을 깨달으면 ‘나’와
4) 지운, 『찻잔 속에 달이 뜨네』, pp.67-112, 도서출판 법공양(19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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