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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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02호 | 시詩와 선禪 선과 시 5 |  산에 가서 새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유정법문 무정법문有情法門 無情法門
                                         즐겁습니다. 가까이에서 새를 직접 본
                                         다면 갑절로 즐겁습니다. 오늘은 산행

                                         하다가 생애 두 번째로 딱따구리를
         “딱딱 또르르,                        만났습니다. 흔한 새라고는 하지만 직

          딱딱 또르르”                        접 만나기는 쉽지 않은 새입니다.

          내 생애 두 번째                        딱따구리를 처음 만난 곳은 30여
                                         년 전 파계사 성전암 산능선입니다.
          딱따구리
                                         성전암에서 해우소 뒷편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오솔길이  있습니다.
          서종택 시인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입니

                                         다. 능선 중간쯤에서 “딱딱 또르르,

                                         딱딱 또르르”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
                                         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죽은 나무
                                         꼭대기 부근에서 새가 부리로 쪼는

                                         소리입니다. 속이 빈 나무가 울림통

                                         구실을 해서 쪼는 소리가 상당히 크
                                         게 울렸습니다. 소리의 크기로 보아
                                         원줄기 전체가 속이 빈 나무가 아닌

                                         가 싶었습니다. 물체의 길이가 음의
           서종택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1976
           년 시). 전 대구시인협회 회장. 대구대학       높낮이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피
           교 사범대 겸임교수, 전 영신중학교 교
           장.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저서로 『보물        타고라스에게 배웠습니다.
           찾기』(시와시학사, 2000), 『납작바위』(시      직감적으로 “딱따구리!” 하고 알아
           와반시사, 2012), 『글쓰기 노트』(집현전,
           2018) 등이 있다.                  봤습니다.  딱따구리도  우리를  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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