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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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보이는 세계는 명백한 세계, 즉
             순수 인상의 세계이자 표층의 세계
             입니다.  이  세계가  전부는  아닙니

             다. 표면은 항상 더 깊은 실재를 향

             합니다. 이것이 심층의 세계입니다.
             심층의 세계라고 해서 실재성이 떨
             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표층에서 벗

             어나 인상 너머 심층적인 곳으로 움

             직이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장벽와력墻壁瓦礫’이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언어로 ‘부처님 마음’이라

             는 비범한 사상을 말할 수 있는 것
                                               사진 2. 덕숭산 수덕사 만공스님 부도.
             은 오직 깨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
             습니다. 평범한 언어로 명료하게 핵심만 이야기하기에 깊은 감동을 전해
             줍니다.

               조동종을 일으킨 동산양개洞山良价(807-869) 선사는 ‘무정설법’ 공안을

             아무리 참구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동산양개는 무정설법을 이
             해하기 위해 여러 사람을 찾아갑니다. 우리는 이런 불가의 전통을 매우 아
             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가르침을 받기 위해 선생을 찾아다니는 광

             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위산潙山(771-853)선사를 찾아가서 문답을 하지만 깨치지 못하자 위산선
             사가 추천해 준 운암雲巖(782-841)선사를 찾아갑니다. 운암선사로부터 가르
             침을 받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동산양개가 마지막으로 무정설법

             의 출처를 묻자 운암은 이렇게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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